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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많은 실업 선배 격파, 11살 탁구 유망주 탄생

입력 | 2022-01-21 16:54:00


남자탁구에 ‘괴물’ 유망주가 등장했다. 경기 성수초등학교 4학년생 이승수가 그 주인공이다.

2011년 8월생인 이승수는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진행 중인 픽셀스코프 제75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 남자 개인단식 32강에 진출했다.

종합선수권대회는 초·중·고·대·일반부 구분 없이 총망라하여 싸우는 경기방식이다. 학제 위주 시스템에서 후배들이 제한 없이 선배들과 싸울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선수권대회다.

1년에 딱 한 번 있는 기회에서 초등부의 ‘꼬마선수’가 당돌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초등부 4학년 선수가 최고 권위의 종합선수권대회 32강에 오른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140㎝가 갓 넘는 작은 키의 이승수는 몇 뼘이나 큰 형들을 차례로 꺾었다.

1라운드를 부전승으로 출발한 이승수는 2라운드(128강)에서 자신보다 4살 많은 최지욱(14·대광중)을 세트스코어 3-0(11-9 11-6 11-8)으로 제압했다.

64강전에서는 실업팀 대선배마저 넘었다. 만 21세 한영섬(수자원공사)을 마주한 이승수는 세트스코어 3-0(12-10 11-8 11-8)으로 승부를 정리하고 32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16강 관문에서 만난 이는 국내 최강자 중 한 명이자 2020 도쿄올림픽 멤버였던 이상수(32·삼성생명).

‘설마’ 했던 이 경기에서도 이승수는 잘 싸웠다. 1세트에서 이상수의 빠른 드라이브를 맞받아치며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놀란 이상수가 전열을 정비하면서 어렵게 듀스 끝에 세트를 가져갔다.

세트스코어 0-2로 뒤진 3세트에서도 이승수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결과는 세트스코어 0-3(10-12 4-11 9-11) 패배였지만 두 세트는 2점차였다.

경기 직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승수의 대답도 당돌했다. 이승수는 “재미있었다. 형 공격을 맞받아치고, 머리도 쓰고 했는데 잘 통했다. 다음에 또 하고 싶다. 다음에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이상수는 “어린 선수라서 방심하다가 큰 코 다칠 뻔했다. 그대로 하다가는 질 것 같아서 제대로 싸워야 했다. 이제 5학년이 되는 선수가 이 정도 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하다고 느껴진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승수는 7세 때부터 아빠 탁구장에서 탁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빠 이수기씨는 곡선중, (동남고)제주제일고, 한체대를 거친 엘리트 선수 출신으로 현재 경기도 성남에서 탁구장을 운영하고 있다.

어른들이 하는 게 재미있어 보여 직접하겠다고 나선 이승수는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지만, 아쉽게도 성남에는 엘리트 남자초등학교 탁구부가 없다.

이승수는 등록만 성수초 소속으로 하고 아빠의 탁구장에서 아빠와 훈련하는 독특한 경우다. 종종 클럽 회원들 중 상급자들이 같이 쳐주기도 하는데, 어른들의 ‘변화무쌍한’ 탁구가 오히려 창의적인 경기력을 키워주고 있다.

이승수는 ‘될 성부른 떡잎’이다. 운동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19년 교보컵 초등학교대회 1-2학년부 단식에서 우승했다.

올해는 초등연맹 회장기 에이브로스배 대회에서 고학년 형들을 모두 꺾고 정상에 올랐다. 유소년연맹이 주최하는 주니어오픈에도 출전해 U11-13세부 1차전 우승, 왕중왕전에서 준우승했다.

직접 싸워본 ‘국가대표팀 주장’ 이상수는 “내가 저 나이 때 어떻게 했었는지 생각도 안 난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거침없이 치고 들어오는 자신감이 일단 최고다. 백핸드는 특히 웬만한 성인 선수 못지않다. 앞으로 키가 클 테니 포어핸드 쪽 공격력도 좀 더 보완한다면 누구보다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는 자질이 보인다”고 응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이승수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세계1등이요!”라고 거침없이 답했다.

대한탁구협회는 32강전 직후 이승수에게 로박엠이 기증한 건강 메달을 걸어줬다. 최근 끝난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선발된 대표선수들에게 따로 시상했던 기념 메달이다. 국가대표를 목표로 더 열심히 운동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