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대선후보는 21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권력형 성폭력 사건 피해자인 김지은씨를 비공개로 면담했다.
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최근 ‘7시간 통화 녹취록’에서 안 전 지사를 옹호하고 ‘미투’ 운동을 폄훼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된 데 따른 것이다.
정의당에 따르면 심 후보는 이날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김씨를 만나 “김지은씨의 행동이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큰 용기가 되고 변화의 모멘텀이 됐다고 생각한다. 안 전 지사의 권력형 성폭력은 사법적으로도 이미 판단이 끝난 사안”이라며 “그러나 정치 영역에서는 여전히 국면이 한 단계 전환되지 못한 채 이렇게 또 결과적으로 아픈 상처를 헤집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사건 당시 안희정만 제명시키고 무마할 것이 아니라 민주당 차원에서 어떻게 문제를 성찰하고 재발을 방지할 것인지를 책임있게 대책을 내놓고 추진했어야 하나 그러지 않았다. 사건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미룰 수 없는 것은 이것이 권력형 성범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민주당에서 그 책임을 제대로 이행했다면 이후 오거돈, 박원순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민주당에서 권력형 성범죄와 2차 가해 문제에 있어 원칙을 명확히 하지 않았기에 자꾸 다른 얘기를 하는 분위기가 근절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국민들 역시 너무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지은씨는 미투가 우리 현실을 바꾸는 용기있는 출발이었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김지은이라는 이름이 당당하게 서야 우리 여성들의 삶도 당당하게 설 수 있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김지은씨가 겪은 성폭력은 정치의 한복판에서 일어난 일이다. 피해자가 제대로 사과받고 당시 권력형 성폭력 범죄의 의미가 다시 한번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후보의 한 사람으로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심 후보를 만난 김씨는 ”재판 이후에도 계속 2차 가해가 지속되고 있다. 정치인들이 가진 말의 힘이 너무 크다“며 ”분명히 가해자가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성범죄자로 인정된 부분에 대해서까지 그렇게 왜곡하고 조롱하는 발언을 한다면 어느 누가 자신의 피해 사건을 고발하고 끝까지 싸우겠나. 그 용기를 꺾는 발언이었기 때문에 저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김건희씨의 발언이) 큰 상처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언론사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다. 누군가의 인권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만일 피해자 인권에 대한 중요성, 윤리의식이 있었다면 그 부분은 방송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해자 측에서 거짓 증언을 하고 제게 2차 가해를 했던 이들은 여전히 청와대, 국회, 공공기관의 주요 요직으로 대부분 영전해서 가 있는데 진실을 증언해주신 분들은 사실상 정치권에서 쫓겨나 여러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며 “이런 일들이 제 사건 뿐만 아니라 다른 사건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씨는 김건희씨의 녹취록이 방송된 다음 날인 지난 17일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당신들이 생각 없이 내뱉은 말들이 결국 2차 가해의 씨앗이 됐고 지금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며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한편 이날 면담은 심 후보가 먼저 제안해 성사됐으며 장혜영 비서실장과 배복주 부대표가 동행했다. 김씨는 심 후보에게 자신의 책 ‘김지은입니다’와 직접 만든 커피를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