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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낯짝으로 왔느냐”…성난 불심에 與 진땀, 사과문도 못 읽어

입력 | 2022-01-21 22:03:00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오후 전국승려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찾았지만 입장 허락이 안돼 발길을 돌리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송영길 물러가라”, “너희들이 다 망쳐놓고 무슨 낯짝으로 왔느냐”

더불어민주당이 ‘성난 불심(佛心)’에 진땀을 뺐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2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종교편향 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를 찾아 자당 정청래 의원의 ‘봉이 김선달’ 발언에 대해 재차 사과를 시도했지만 참석자들의 거센 야유 속에 발언 기회도 얻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갔다. 동행했던 정 의원은 조계사에 발조차 들이지 못했다.

역대급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대선을 앞두고 불교계 표심 이탈 우려가 커지면서 당 안팎에서는 정 의원의 자진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사과문도 못 읽고 돌아온 與
이날 행사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 이를 받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빗댄 정 의원의 탈당 및 제명을 요구하는 한편 현 정부의 종교 편향을 비판하기 위한 자리로 전국 스님 3500여 명이 참석했다. 전국승려대회는 조계종 종헌종법(宗憲宗法)에 규정되지 않은 비상조치로 1994년 승려대회 이후 28년 만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이날 “온전히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하기 위해 문화재보호법으로 인정받은 문화재구역입장료도 통행세로 치부받기에 이르렀다”며 “전통문화를 보존 계승해야할 정부가 앞장서 종교간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부추기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원행 스님을 찾아 “(해외순방 중인) 대통령께서도 걱정이 너무 많다”며 “대통령께서도 대규모 승려대회가 열리게 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발목 수술로 휠체어를 탄 채 조계사를 찾은 송 대표는 이날 단상에 올라 직접 사과문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스님 및 신도들의 반발에 결국 마이크도 잡지 못했다. 송 대표는 이후 조계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불교의 역사와 전통을 헤아리지 못하고 불교계와 국민 여러분께 상처와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여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거듭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선 후보가 당선되면 특정 종교 편향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 의원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로 인해 불교계에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서 참회와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다만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으며 탈당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 커지는 “대선 악영향” 우려
대선을 46일 앞두고 여전히 심각한 분위기에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한 표도 아쉬운 게 이번 대선“이라며 “봉이 김선달 발언 논란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향한 불교계의 집단 반발로 번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불교계와 가까운 한 중진 의원은 “대선에 명백한 악재이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그저 최선을 다해서 사과하고 또 사과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 의원이 스스로 탈당을 결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점차 많아지는 모양새다. 한 수도권 의원은 “당헌당규상 정 의원을 제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정 의원이 스스로 당을 나가는 것 외엔 사태 수습이 쉽지 않다”고 했다.

정 의원이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핵관(이재명 핵심관계자)’이 탈당을 강요했다”는 글을 올려 논란을 재차 확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당 지도부가 108배를 하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까지 등판해 겨우 사태를 수습해가는 과정이었는데 정 의원이 올린 페이스북 글 때문에 다시 일파만파됐다”며 “정 의원이 스스로 결단하지 못하면 송 대표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