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막판 릴레이식 무차별 녹취 폭로에 ‘막장 대선’ 비판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역전을 허용한 것일까. 일부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율이 윤 후보 지지율에 오차 범위 밖에서 뒤지고 있다. 최근 윤 후보가 당 내홍과 부인 김건희 씨 허위 경력 논란을 수습하고 2030세대 민심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 지지율은 지난해 10월 10일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30%대 박스권(등락을 반복하는 범위)에 갇힌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지지율 변화에 일희일비하기보다 핵심 어젠다를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주일 만에 역전 허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자료 | 리얼미터, 동아DB]
이 후보는 대선 후보 선출 후 줄곧 30%대 박스권에 갇힌 모양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이 후보 지지율 추이를 보면 최대 40.1%(2022년 1월 1주 차)와 최저 34.0%(2021년 10월 2주 차) 사이를 오간다. 같은 시기 윤 후보가 일시적으로나마 46% 이상 지지율(2021년 11월 2·4주 차)을 보인 것과 대비된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정치학 박사)는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이 후보 지지율은 35~40% 사이를 오가고 있다”며 “그 나름 견고한 지지층을 확보했으나 정권교체라는 여론을 극복해 일정 수준 이상 지지율을 돌파하지 못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이 후보 캠프가 야심 차게 내세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의 효과는 미미했던 것일까.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유권자 의견을 수렴해 그중 일부를 소확행 공약으로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부터 현재(1월 20일)까지 50건에 달한다. 1월 14일 공약으로 확정한 탈모치료제 국민건강보험 적용 등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다만 여론조사로 드러난 폭발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넥스트리서치가 SBS 의뢰로 1월 15~16일 전국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48.7%가 탈모치료제 국민건강보험 적용에 반대했다. 찬성 응답(41.8%)보다 6.9%p 높은 수치다.
“간판 브랜드, 대형 담론 없다”
돌발적인 폭로 이슈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대선 정국은 더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1월 16일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통해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와 온라인 매체 ‘서울의소리’ 기자 간 대화 녹취록 일부가 공개됐다. 해당 대화에서 김 씨가 한 “미투(Me Too: 성폭력 피해 공론화)는 돈 안 챙겨주니까 터지는 거 아닌가” 등의 발언이 구설에 올랐다. 1월 18일에는 국민의힘 ‘이재명 비리 국민검증특별위원회’ 소속 장영하 변호사가 이 후보가 자신의 형, 형수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욕설을 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이튿날 이 후보는 “욕을 한 건 잘못했고 부족했다”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사과했다.‘녹취 파일 폭로 정국’이 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할지 지금 따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지만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오명이 따라붙을 정도로 두 후보의 리스크가 큰 이번 대선에서 무차별적인 릴레이식 폭로까지 이어지자 ‘막장 선거전’이 돼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최창렬 교수는 “두 녹취 파일 내용을 둘러싼 논란은 본질적으로 새로운 것이 아니기에 이미 두 후보 지지율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중도층을 제외하면 지지율에 결정적 영향은 끼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대선 후보들에게 “단기적 지지율 변동에 휘둘리지 말고 차별화된 담론과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창렬 교수는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과거 대선 때 ‘경제민주화’나 ‘적폐청산’처럼 간판이 될 만한 브랜드, 대형 담론, 공약이 없다”며 “특히 이 후보는 대선을 가로지르는 큰 틀의 프레임을 내놓지 못하면 박스권 돌파에 고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모 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유권자가 여론조사 전문업체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응답 여부를 결정하는 하우스 이펙트(house effect)가 강화돼 여론조사 신뢰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소한 지지율 등락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차별화된 공약과 정책을 내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