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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한국인의 강인한 기상 간직한 초대형 소나무 작품 그릴 것”

입력 | 2022-01-24 03:00:00

‘소나무 화가’ 김상원 작가



22번째 개인전을 최근 서울 인사동 갤러리 모나리자에서 연 ‘소나무 화가’ 김상원 작가. 배경 그림은 김 작가가 양산 통도사 소나무를 가로 6m, 세로 2m의 캔버스에 그린 3000호 크기의 대형 작품이다. 김상원 작가 제공


울산시청 본관 현관 정면에는 울산의 대표 관광지로 꼽히는 대왕암공원 그림이 걸려 있다. 바위와 소나무가 섬세하게 잘 표현된 걸작으로 꼽힌다. 가로 3.33m, 세로 1.8m로 500호인 이 그림은 한국의 대표적 ‘소나무 화가’인 김상원 작가(66)의 작품이다.

울산 출신인 김 작가는 20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모나리자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22번째 개인전이었다.

울산시청 현관에 걸려 있는 대왕암공원 그림은 2020년 9월 작품이다. 대왕암공원 이전에도 김 작가가 양산 통도사 소나무에 울산 간월산을 합성해 그린 작품(400호)이 걸려 있었다. 김 씨는 “울산시청 담당자가 ‘밝은 분위기로 전환시켜주는 그림으로 교체했으면 한다’는 연락을 받고 대왕암공원을 그리기로 마음먹었다”며 “공사장에 사용하는 건설 설비를 그림 그리려는 대왕암공원의 한 지점에 설치한 뒤 보름 만에 완성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가 전업 작가의 길로 접어든 것은 2000년부터. 울산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한 뒤 충북대 사대 미술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까지 입시미술학원을 운영했다. 이어 건설업을 하다 미술공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홍익대 미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 졸업 후인 2000년부터 설악산 등 전국을 다니며 바위산을 주로 그렸다. 김 작가는 “2006년 가을 설악산으로 바위산을 그리러 갔는데 안개가 너무 끼어 며칠을 숙소에서 보냈다”며 “허송 시간이 너무 아까워 눈에 보이는 소나무 그림을 그렸는데 보는 사람들이 너무 좋아해 본격적인 소나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가 지금까지 그린 소나무 그림은 200여 점. 경남 양산 통도사와 경북 경주 일대 소나무를 가장 많이 그렸다. “오래된 사찰인 통도사 주변과 국립공원인 경주 왕릉 주변은 그림 그리기에 좋은 소나무가 많다”는 김 작가는 “소나무도 각 지역과 토양에 따라 성장세가 다르다”고 말했다. 태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남쪽 지방 소나무는 구불구불한 형태가 많지만 경북과 강원도 등 북쪽은 햇볕을 많이 받기 위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게 특징이라는 것.

갤러리 모나리자에서 전시된 작품은 총 30점. 이 가운데 가장 큰 작품은 가로 6m, 세로 2m로 3000호인 통도사 소나무 그림이다. 이 작품도 현장에 캔버스를 두고 27일 동안 작업해 완성한 작품이다. 지금까지 그가 그린 가장 큰 작품은 가로 10m, 세로 3m인 8000호 소나무 그림이다. 완성하는 데 35일이 걸렸다고 한다.

현장성을 중시하는 그는 사진을 찍어 실내에서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고 했다. “현장을 벗어나면 현장에서 느끼는 감흥이 사라지기 때문”이라는 김 작가는 “현장의 감흥이 사라지기 전에 캔버스에 생생하게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현장에서 작품을 끝낸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지금까지의 작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울산 울주군 두동면의 폐 공장을 임차해 작업장으로 만들었다. 이곳에서 올가을 완성 예정으로 다음 달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림 크기는 가로 30m, 세로 5m. 캔버스 24개를 상하 12개씩 잇대 작품을 그린다고 밝혔다. 두 번째 작품으로는 바위섬과 파도, 폭포 등을 담은 작품을 그린 뒤 세 번째로는 81개 캔버스를 잇대 폭포와 계곡, 소나무 등이 있는 어마어마한 바위산을 그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작가는 “소나무는 선조들의 문인화에 가장 많이 등장하고 사군자에도 포함되며 어릴 때 자주 뛰어놀던 곳이 소나무 숲이기에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나무”라며 “한국인의 섬세하고 강인한 기상과 몸매, 표정을 이입한 한국의 소나무 작품을 계속 그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