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정책사회부 차장
겨울방학은 중요한 입시철이다. 지난해 12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이 발표되고 정시 일정도 끝나가는 마당에 뚱딴지같은 얘기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1, 2월은 ‘레테(레벨 테스트)’ 준비를 위한 시간, 학원들은 반 배정을 위해 학생들의 실력을 측정하는 시험을 치른다. 학생들은 새 학년 진학을 앞두고 학원의 상급반 배정이나, 혹은 다른 유명 학원으로 옮기기 위해 이 테스트에 매달린다. 유명 학원의 레벨 테스트를 준비하기 위해 학생들이 ‘학원을 위한 학원’에 다니거나, 레벨 테스트용 과외를 따로 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일이 아니다. 코로나19로 대면 수업이 불가능했던 데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교에서 제대로 된 시험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자기 실력을 측정할 학생들은 학원으로 향한다.
이 모든 ‘레벨업’의 종착점은 결국 수능이다. 이르면 만 5세 무렵 영어 유치원 입학 테스트를 보는 경우도 있으니 아이들은 10년 넘게 온갖 시험으로 단련되는 셈이다. 수능은 이런 아이들을 평가하는 ‘끝판왕’ 시험이다. 지난해 수능 날 영국 BBC가 수능을 일컬어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 중 하나’라고 보도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 효력 정지 신청을 낸 학생 중 한 명이 법원의 무효 결정 직후 한 말을 우리는 두고두고 새겨야 한다. “실수를 인정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노력을 어른들이 해주리라 믿었다.” 해당 문항의 오류를 지적하는 의견을 낸 김종일 서울대 유전체의학연구소장의 말도 마찬가지다. “어른들이 어린 학생들에게 심어주는 불신은 수능 성적을 다시 매기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손해를 우리 사회에 끼칠 것이다.”
2025년 고교학점제가 도입된다. 정부가 내세운 대의는 ‘적성과 진로를 존중하는 교육’이다. 하지만 수능이 바뀌지 않으면 2025년을 살아갈 아이들 역시 학교에서 ‘경제 수학’이나 ‘진로 탐색’ 수업을 듣고 저녁에는 학원으로 향할 것이다. 레벨 테스트로 배정받은 반에서 더 높은 등급 반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압박으로 불면의 밤을 보낼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 2월까지 반복되는 수능 오류를 개선하기 위한 재발 방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게 본질이 아니란 것은 우리 모두가 안다. 이제 온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우리 사회가 요구해 온 ‘수학 능력’이란 그동안 어떤 모습이었나. 입시에서 우리는 아이들의 어떤 자질을 평가해야 하는가.
이서현 정책사회부 차장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