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불자 3명이 모여 시작 작년 선원장에 웅산 스님 부임 불자 “이민생활서 법회 꿈만 같아”
동안거로 집중 수행 중인 LA안국선원. 로스앤젤레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LA 안국선원’은 바스락하는 소리조차 크게 느껴질 정도로 깊은 침묵에 잠겨 있었다. 마침내 ‘딱 딱 딱’ 세 차례 죽비 소리가 나자 참선 중이던 불자들은 큰 숨을 내쉬며 가부좌를 풀었다.
참선에 이어 선원장 웅산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다. 화엄경 중 보현보살의 행적을 담은 보현행원품 강독과 스님의 수행 경험이 어우러졌다.
“출가한 수행자들조차 이런 고민이 많습니다. 공부 이후 무엇이 있는가? 공부는 잘했는데 왜 망상이 생기나? 진리를 맛봐 기뻤는데 왜 시간이 지나가면 긴가민가하죠?”
이들의 불심(佛心)에 마음이 움직인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이 나섰다. 미국 사적으로 지정된 건물을 매입한 뒤 공청회와 건물 복원, 각종 검사를 받는 데 6년이나 걸린 끝에 지난해 12월 사찰로 이용할 수 있다는 최종 승인이 났다. 지난해 여름에는 수불 스님의 제자로 경남 함양 대운사 주지를 지낸 웅산 스님이 선원장으로 부임했다.
이 선원은 해외 포교시설로는 드물게 1년에 4안거(安居·집중수행기간)를 진행하는 수행 위주의 공간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2월 27일까지 8주간 동안거로 하루 8시간 이상 참선과 불교 공부가 이어진다. 인근 고교와 대학을 중심으로 한 청년부 모임과 1박 2일 수련법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초창기 멤버인 법견성(法見性)이란 법명(法名)의 불자는 “불교의 경우 이민생활 중 다른 종교에 비해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처럼 번듯한 공간에서 법회를 연다는 것 자체가 꿈만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불자는 “불교 공부를 하다 막히면 우리들끼리 알아서 정리했는데, 이제는 스님을 통해 제대로 지도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큰 복”이라고 했다.
웅산 스님은 불자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했다.
로스앤젤레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