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성장 ‘넷 포지티브’] 1부 기업, 더 나은 세상을 향하다〈4〉지속가능성 향하는 기업들 ESG 선도 폴먼 前유니레버 CEO 인터뷰
유니레버는 세계 각국 정부, 민간 기구와 협력해 저개발국가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위생·건강 프로그램을 펼쳐왔다. 유니레버와 영국 정부의 연합기구(HBCC)는 그동안 위생적으로 손을 씻을 수 있는 시설 50만 개 이상을 전 세계에 새로 마련했다. 잠비아 어린이들이 손을 씻는 모습. 유니레버·워터에이드잠비아 제공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부수적인 과제가 아닙니다. 뒤처지지 마십시오. 사회는 변하지 않는 기업을 받아들이지 않고, 젊은 세대는 그들을 위해 일하지 않을 겁니다.” 폴 폴먼 전 유니레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많은 기업이 최우선 과제로 꼽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의 대표적인 롤 모델이다. 동아일보는 그와 두 차례 e메일을 주고받으며 인터뷰했다. 그는 “과거엔 몇 안 되는 사례를 들어 기업들에 지속가능 경영의 중요성을 설명해야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며 “비즈니스에선 먼지를 먹는 것보다 먼지를 만드는 게 항상 낫다. 변화의 변곡점에서 앞서 나가야 한다”고 독려했다.》
2009년 경영 위기에 놓인 유니레버가 경쟁사 출신 폴먼을 CEO에 앉힌 일은 시장에서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취임 직후 지속가능성을 경영 1순위에 놓는 ‘유니레버 지속가능한 삶 계획(USLP)’을 발표하며 더 큰 파격을 실행했다. 이후 10년 동안 그는 주주, 종업원뿐만이 아니라 환경, 사회 전반의 이익을 고려하는 ‘다중 이해관계자 사업 모델’이 단기적 이익 추구보다 더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인도, 방글라데시 등 개발도상국 위생 문제 해결을 도와 비누, 세척제 사업을 성장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덕분에 유니레버는 신흥 시장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지속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폴먼은 “문제 해결에 더 강한 목표를 가진 브랜드가 더 빨리 성장하고 수익을 올리는 걸 분명히 확인했다”고 했다. 폴먼은 유니레버를 경영하며 매출과 이익을 지속적으로 늘렸고, 10년간 주주 수익률 300%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최근 백신 업체 모더나의 주주들이 불평등한 백신 보급에 항의한 사례를 주목했다. “모더나 이야기는 많은 고위 경영진에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투자자는 변하고 있습니다. 주가 상승만 생각하는 주주가 여전히 많지만 기업의 윤리와 가치를 중시하는 주주도 많습니다. 모두가 안전할 때까지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는 걸 이해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착한 경영’을 하다 보면 손해를 보지 않을까. 이에 대해 폴먼은 ‘경쟁 전 영역’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유니레버는 네슬레, 코카콜라, 펩시콜라와 음료 분야에서 경쟁을 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냉장고 통째로 음료를 사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유해 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냉장고 도입에 서로 협력할 수 있습니다.”
폴먼이 제안한 ‘넷 포지티브’에서 ‘포지티브’(긍정적)의 기준은 무엇일까. 폴먼은 판단 기준을 이렇게 제안했다. “당신의 회사가 있기 때문에 세상은 더 나아질까요? 간단히 측정하긴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대답은 ‘예’라고 확신해야 합니다. 사회 기대치와 기준은 계속 변합니다. 지금은 플라스틱이 문제지만 앞으론 태양광 발전 폐기물이 문제가 될 수 있죠. 내용이 무엇이든 넷 포지티브의 본질은 분명합니다. 기업이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긍정적인 사회 영향을 높이는 것입니다.”
김용석 기자 yong@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