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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수익률 올리기 위한 ‘디폴트옵션’ 이르면 6월 도입… ‘머니 무브’ 가속화 전망

입력 | 2022-01-24 03:00:00

[퇴직연금 수익률 쥐꼬리]
가입자가 별도 의사표시 안하면 미리 정한 5가지 방법으로 운용
DC형, 6월부터 반드시 가입해야




이르면 올해 6월부터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시행된다. 2%대 쥐꼬리 수익률로 노후 버팀목이 되지 못했던 퇴직연금이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17년 만에 큰 변화를 맞는 것이다.

가입자들의 무관심 속에 은행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에 방치됐던 퇴직연금 자산이 투자형 상품으로 옮겨가는 ‘머니 무브’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따라 이르면 올해 6월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이 도입된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의 의사 표시를 하지 않으면 사전에 정한 5가지 방법으로 금융회사가 알아서 운용하는 제도다.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6월부터 반드시 가입해야 하고,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는 원할 경우 가입할 수 있다.

디폴트옵션에서 허용하는 상품은 △생애주기펀드(TDF) △머니마켓펀드(MMF) △부동산인프라펀드 △장기가치상승추구펀드 △원리금 보장형 상품 등 5가지다. 운용 도중 상품군을 변경할 수도 있다. 원리금 보장 상품에 묶인 퇴직연금 자산을 투자형 상품으로 유도해 수익률을 높이는 게 디폴트옵션의 도입 목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 등 4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이미 디폴트옵션을 도입했다. 미국은 한국의 DC형 퇴직연금과 비슷한 ‘401K’ 제도를 1981년 도입한 뒤 2006년부터 디폴트옵션을 운영하고 있다. 호주는 1992년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 도입에 이어 2013년 디폴트옵션을 제도화했다. 이에 힘입어 2009∼2018년 미국과 호주의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각각 8.3%, 7.9%에 이른다.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가장 주목받는 상품은 TDF다. 가입자가 특정 목표 시점(Target Date·은퇴 시점)을 정하면 이에 맞춰 국내외 주식과 채권 투자 비중을 알아서 조정해주는 상품이다. 젊을 땐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 수익률을 높이고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채권 등을 늘려 위험을 낮추는 식으로 운용된다.

이미 국내 TDF 시장은 지난해 말 10조 원 규모로 1년 새 2배로 커졌다. 향후 5년 내 35조 원대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에선 2006년 디폴트옵션 도입 당시 35.1%였던 TDF 비중이 2019년 87.3%로 확대됐다.

다만 미국 호주 등과 달리 국내 디폴트옵션에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포함돼 수익률 개선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을 제외하면 일본이 유일하게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디폴트옵션에 포함했다. 일본은 2018년 디폴트옵션 시행 이후에도 원리금 보장 상품 비중이 70%대로 높고 수익률도 저조한 상황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TDF 등 실적 배당형 상품은 시장 상황에 따라 손실을 볼 수도 있지만 10년 이상 장기 투자하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