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수익률 쥐꼬리] 가입자가 별도 의사표시 안하면 미리 정한 5가지 방법으로 운용 DC형, 6월부터 반드시 가입해야
이르면 올해 6월부터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시행된다. 2%대 쥐꼬리 수익률로 노후 버팀목이 되지 못했던 퇴직연금이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17년 만에 큰 변화를 맞는 것이다.
가입자들의 무관심 속에 은행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에 방치됐던 퇴직연금 자산이 투자형 상품으로 옮겨가는 ‘머니 무브’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따라 이르면 올해 6월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이 도입된다.
디폴트옵션에서 허용하는 상품은 △생애주기펀드(TDF) △머니마켓펀드(MMF) △부동산인프라펀드 △장기가치상승추구펀드 △원리금 보장형 상품 등 5가지다. 운용 도중 상품군을 변경할 수도 있다. 원리금 보장 상품에 묶인 퇴직연금 자산을 투자형 상품으로 유도해 수익률을 높이는 게 디폴트옵션의 도입 목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 등 4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이미 디폴트옵션을 도입했다. 미국은 한국의 DC형 퇴직연금과 비슷한 ‘401K’ 제도를 1981년 도입한 뒤 2006년부터 디폴트옵션을 운영하고 있다. 호주는 1992년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 도입에 이어 2013년 디폴트옵션을 제도화했다. 이에 힘입어 2009∼2018년 미국과 호주의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각각 8.3%, 7.9%에 이른다.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가장 주목받는 상품은 TDF다. 가입자가 특정 목표 시점(Target Date·은퇴 시점)을 정하면 이에 맞춰 국내외 주식과 채권 투자 비중을 알아서 조정해주는 상품이다. 젊을 땐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 수익률을 높이고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채권 등을 늘려 위험을 낮추는 식으로 운용된다.
이미 국내 TDF 시장은 지난해 말 10조 원 규모로 1년 새 2배로 커졌다. 향후 5년 내 35조 원대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에선 2006년 디폴트옵션 도입 당시 35.1%였던 TDF 비중이 2019년 87.3%로 확대됐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TDF 등 실적 배당형 상품은 시장 상황에 따라 손실을 볼 수도 있지만 10년 이상 장기 투자하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