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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트트릭’ 황의조냐, ‘급성장’ 조규성이냐…행복한 고민 빠진 벤투호

입력 | 2022-01-24 14:43:00


축구 대표팀의 최전방 스트라이커들이 주거니 받거니 월드컵을 앞두고 역대급 퍼포먼스 경쟁을 벌이고 있다. 후발 주자인 조규성(24·김천)이 더 단단해진 피지컬로 대표팀의 터키 전지 훈련과 두 차례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비롯해 만점 활약을 펼치자 ‘터줏대감’ 황의조(30·보르도)가 프랑스 리그1 경기에서 해트트릭으로 맞받아쳤다.

황의조는 23일 프랑스 보르도의 누보 스타드 드 보르도에서 열린 2021~2022시즌 리그1 22라운드 스트라스부르와의 안방 경기에서 3골을 몰아치며 팀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황의조 덕택에 리그 4위 스트라스부르를 잡은 보르도는 3연패에서 탈출하며 4승 8무 10패(승점 20)로 강등권에서 벗어나 17위에 올랐다. 황의조는 지난해 12월 13일 트루아와 18라운드 경기에서 득점포를 가동한 뒤 42일 만에 시즌 7~9호 골을 폭발시켰다. 리그 1에서 통산 27골을 기록하며 박주영이 갖고 있던 아시아 선수 리그1 최다 골(25골) 기록도 넘어섰다.

조규성은 지난해 11월 당시 리그에서 다친 황의조를 대신해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두 경기에서 공백을 메우고 급부상했다. 15일 아이슬란드 전에서 폭넓은 움직임과 전투적인 키핑으로 A매치 데뷔골까지 터트리며 21일 몰도바 전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조규성은 파울루 벤투 감독으로부터 ‘황의조 교체카드’ 이상의 자원으로 확실하게 눈도장을 받았다.

황의조는 이런 조규성에게 ‘아직 결정력은 내가 위’라고 보이는 듯 마무리 스킬을 이날 ‘종합선물세트’로 보여줬다. 전반 17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상대 수비 헛발질로 통과했음에도 침착한 위치 선정으로 논스톱 처리 타이밍을 맞추며 가볍게 골문으로 밀어 넣었다. 2-0으로 앞선 전반 39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가운데로 접고 들어오면서 왼발로 반대편 골대를 노리고 절묘하게 감아차 팀의 3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오른발 ‘감차(감아차기)’가 ‘트레이드마크’지만 손흥민(토트넘)처럼 왼발로도 위력적인 ‘감차’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3-2로 추격을 당한 후반 45분에는 진정한 장기 오른발 ‘감차’로 골문 구석을 갈라 프랑스 무대 진출 후 첫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황의조는 경기 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훌륭한 경기이자 집중력이었다. 최고의 추억이다. 계속 유지해 가자”는 글을 남겼다. 이 글에 동갑내기 손흥민이 ‘좋아요’로 누르고 화답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원톱 공격수를 주로 기용하는 대표팀 포메이션에서 두 명의 타깃형 정통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동시에 컨디션이 올라와 감독을 행복한 고민에 빠뜨린 건 1990년대 이후 전례가 거의 없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황선홍은 대체 불가한 스트라이커였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도 황선홍이 대회 직전 평가전에서 부상을 당하기까지 경쟁을 허락하지 않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도 황선홍이 축이었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는 조재진, 2010 남아공 월드컵과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박주영이 ‘무조건 1 옵션’이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는 손흥민을 축으로 짝을 이루는 공격수들이 계속 바뀌었다.

아직 문전에서의 경험과 킬러 본능은 황의조가 앞서 있으나 당장 27일 레바논 전과 1일 시리아 전에서 벤투 감독이 어떠한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다. 황의조의 23일 득점은 공격력이 강한 스트라스부르가 공격을 펼치다 역습을 당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반대로 레바논과 시리아는 한국 전에서 수비 라인을 내리고 철저하게 스트라이커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완전히 차단할 것으로 보인다. 좌우, 아래로 부지런히 움직이며 키핑 등으로 득점보다는 2선 공격수들의 침투 공간을 만드는데 장점을 보여준 조규성이 선발로 선택을 받을 수도 있다. 손흥민과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출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체 자원인 권창훈(김천), 송민규(전북)와 터키 전지 훈련에서 호흡을 맞춘 점도 유리하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