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학 ‘젊은 연구자’ 10人, 인문학 위기속 ‘연구자의 탄생’ 펴내 “금전적 보상 뒤따르지 않아도 계속”
“인문학 연구는 계속돼야만 해요. 많은 사람들에게 사유의 시간을 안겨주니까요. 금전적 보상이 뒤따르지 않아도 제가 계속해서 연구하려는 이유입니다.”
생계를 위해 틈날 때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낮으로 아이를 돌보는 와중에 연구를 한다. 한 아이의 엄마이자 서울대 여성학협동과정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윤보라 씨(41)는 2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문학 연구자로 살아가려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윤 씨를 포함해 2000년대 학계에 발을 디딘 30, 40대 젊은 인문사회학 연구자 10명이 ‘우리는 왜 연구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한 책 ‘연구자의 탄생’(돌베개·사진)을 21일 펴냈다. 인문학이 위기를 맞은 건 오래된 일이다. 인문대학과 사회과학대학이 통폐합되고, 대학에서 연구자들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암울한 진단서가 날아오지만 이들은 “그럼에도 계속 연구해보겠다”고 말한다.
연세대 미디어문화연구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천주희 씨(36)에게 연구는 곧 실천이다. 2016년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사이행성)라는 책을 통해 학자금대출 등 채무불이행 상태에 놓인 청년 빈곤 실태를 진단한 천 씨는 연구에서 멈추지 않았다. 사회적 협동조합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에서 청년들의 재무 상담을 도운 것. 천 씨는 “내게 공부란 죽음과 불평등과 배제, 소외를 어떻게 해석하고 바꿔나가야 할지 삶과 생존을 위한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도록 독려하는 매개”라고 했다. 천 씨가 석·박사 과정을 거치며 받은 학자금 대출금은 약 1억5000만 원. 하지만 천 씨는 “내일도 연구자이고 싶다”고 말한다.
책 제목처럼 인문학의 위기 속에서도 연구자는 계속 탄생하고 있다. 젊은 인문사회 연구자들의 원고를 엮은 돌베개 출판사는 “이들이 존재하기에 대학과 연구재단 밖으로 연구자의 외연이 확장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