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2019년 재선 직후 수도 이전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그 실현 가능성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자바섬의 인구 1000만 수도 자카르타를 대신하는 새 수도 예정지로 선택된 곳은 보르네오섬 동칼리만탄의 정글지역. 현지인들조차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오지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의회가 최근 수도 이전 법안을 통과시켰다.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은 인도네시아 전체 면적의 7%에 불과하지만 인구(2억7500만 명)의 60%가 모여 산다. 대기오염은 물론이고 시내의 차량 평균 시속이 10km일 정도로 교통 체증도 심각하다. 장관들은 국무회의에 늦지 않으려고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이동한다. 자카르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가라앉는 도시다. 도시의 40%는 해수면 아래에 잠겨 있는데 지금도 매년 지반이 25cm씩 내려앉고 있다.
▷새로운 수도가 들어설 곳은 자카르타에서 약 1200km 떨어진 열대 우림으로 오랑우탄과 긴코원숭이의 주요 서식지다. 새 수도 이름은 ‘열도’라는 뜻의 ‘누산타라’. 위도도 대통령이 80개의 후보명 가운데 선택했다. 올해 착공해 전기차와 드론 택시가 다니는 친환경 도시로 건설한 후 2024년 공공기관 이전을 시작으로 2045년 천도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전 비용은 약 38조 원. 자카르타는 경제와 금융 중심지로 남게 된다.
▷20세기 이후 독립국 가운데 약 20개국이 수도를 이전했는데 인도네시아가 눈여겨보는 나라는 브라질 말레이시아 그리고 한국의 세종시다. 브라질은 해안가에 집중된 경제력을 분산하기 위해 1960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내륙 지역인 브라질리아로, 말레이시아는 쿠알라룸푸르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 1993년 푸트라자야를 새 행정수도로 지정했다. 인도네시아의 천도는 정부 기능을 분산시킨 말레이시아와 한국보다는 신수도를 건설한 브라질 모델에 가깝다. 그만큼 인도네시아의 천도가 완성돼 성공 여부를 평가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