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관광객들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조형물 앞에서 마스크를 쓴 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미국 등의 외교적 보이콧 등으로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올림픽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이원홍 전문기자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이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베이징 겨울올림픽 역시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계속되는 확산이 올림픽 운영에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외교적 보이콧이란 선수단은 파견하되 자국의 고위관료 등 외교사절단은 올림픽 현장에 보내지 않는 것이다. 참가는 하되 외교적으로 축하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미국은 중국이 신장위구르 지역 및 홍콩 등에서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며 외교적 보이콧을 결정했다. 올림픽은 흔히 자국 내의 통합과 대외적 국력의 과시를 위한 축제로 사용되고는 하는데 중국의 이런 올림픽 효과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현재까지 미국 호주 영국 캐나다 벨기에 덴마크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이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기로 했다. 한국은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올림픽에서 대규모 보이콧이 실제로 일어난 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때부터다. 당시는 국제 스포츠계에서 흑백 인종차별 정책을 실시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과의 교류를 제한할 때였다. 뉴질랜드 럭비팀이 남아공을 방문해 경기를 치르자 뉴질랜드의 올림픽 참가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뉴질랜드가 올림픽에 참가하자 탄자니아 가나 등 아프리카 국가들을 중심으로 29개국이 올림픽을 보이콧했다.
역사상 가장 큰 올림픽 보이콧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때 일어났다. 당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비난하며 미국을 비롯한 66개국이 올림픽을 보이콧했다. 그러자 소련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보이콧했다. 소련의 영향력 아래 있던 동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14개국이 보이콧에 동참했다.
한국에서는 지난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이 올림픽 홈페이지에서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기한 것과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서 보이콧 주장이 흘러나왔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올림픽 보이콧의 효과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가 따른다. 우선 보이콧 무용론이 있다. 소련이 모스크바 올림픽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1989년까지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계속했듯 올림픽 보이콧이 해당 국가들의 행위를 막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올림픽 보이콧이 특정 국가의 정치적 결정을 이끌어낼 만한 강제력을 지니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나 영국의 가디언 등은 최근 과거 올림픽 보이콧이 소기의 정치적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선수들만 평생의 꿈이었던 올림픽 참가 기회를 놓치게 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림픽 보이콧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특정 이슈를 부각시키기 위한 도구로 사용돼 왔다.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이라는 형태를 취한 것은 자국 선수의 피해는 줄이면서도 중국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이번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보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실 정치에서의 갈등이 조율되지 않는 한 세계 평화를 위한다는 올림픽의 앞길도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을 듯하다.
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