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비껴간 MZ 사장들] 20대 딸이 알려준 맛집서 파스타 먹고, 근처 카페서 커피 한잔 ‘골목상권 선호’ 2030보다 높아… MZ세대 트렌드 윗세대로 확산
출처 인스타그램
조경주 씨(56·서울 노원구)는 최근 지인들과 ‘요즘 애들 핫플’로 통하는 서울 송파구 송리단길에 다녀왔다. 20대 딸이 알려준 맛집에서 파스타를 먹고 근처 카페를 검색해 비엔나커피를 즐겼다. 집에 가기 전엔 유명 베이커리에 들러 쿠키와 빵도 3만 원어치 샀다. 그는 “마을버스 1번, 지하철 2번 등의 환승을 거쳐 장장 1시간 30분 만에 겨우 도착했지만 재밌었다”며 “조만간 서촌, 연희동도 놀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MZ 사장들이 만든 신흥 소형상권을 가장 적극적으로 즐기는 세대는 50, 60대 이른바 ‘부머쇼퍼(베이비부머 소비자)’였다. 24일 동아일보와 SM C&C 플랫폼 릴리언 프로가 실시한 설문에서 ‘골목상권의 개인 매장을 선호한다’는 50·60대 응답자가 전체의 48%였다. 이는 20·30대(35%)보다 높은 수준이다. ‘골목상권 SNS 명소를 일부러 찾아간 적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50대가 50%, 60대가 56%로 전 세대 중 가장 높았다.
가보고 싶은 가게가 불편한 곳에 있더라도 “무조건 간다”고 답한 비중도 20·30대는 45%였지만 50·60대는 57%에 달했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핫플’로 떠오른 카페를 찾은 채숙영 씨(50·여)는 “프랜차이즈 카페와 다른 분위기가 좋아 일부러 찾아다닌다”고 했다.
경제력을 갖춘 부머쇼퍼는 ‘큰손 고객’이기도 하다. 서울 종로구에서 젊은 감성의 한식주점을 운영하는 신모 씨(34)는 “원래 20, 30대 손님을 겨냥하고 창업했지만 막상 운영하니 근처에서 일하고 소비력 있는 50대가 꽤 온다”며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주문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텍스트 기반 정보에 익숙한 50, 60대도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의 활용에 익숙해졌다”며 “소비 시장에서도 부머쇼퍼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