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조기긴축-우크라사태 등 우려 코스피 2,792… 코스닥 915.4 中-日 증시는 소폭 올라 대조
24일 코스피가 42.29포인트(1.49%) 내린 2,792.00에 마감하며 13개월 만에 2,800 선이 무너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강화 행보에 뉴욕증시가 연일 급락한 영향이 크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코스피가 13개월 만에 2,800 선이 무너지며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를 맞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긴축 공포와 우크라이나 사태,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실적 전망 우려 등의 악재가 맞물리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얼어붙었다.
2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49%(42.29포인트) 하락한 2,792.00에 장을 마쳤다. 2020년 12월 23일(2,759.82) 이후 1년 1개월 만에 2,800 선을 내준 것이다.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4362억 원과 1377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코스피 하락세를 이끌었다. 기관이 5936억 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0.24%),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04%) 등 아시아 증시 대부분이 소폭 올랐지만 국내 증시만 유독 맥을 못췄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5, 26일 열리는 미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국내 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몸집이 큰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앞둔 수급 문제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빨라진 美긴축에… 코스피 올들어 엿새 빼고 하락,‘공포지수’ 급등
코스피 2800 무너져 ‘블랙 먼데이’
미국發 긴축공포 금융시장 짓눌러
시름 깊어진 동학-서학개미
한국과 미국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직장인 개미’ 김모 씨(40)는 요즘 아침에 눈 뜨기가 무섭다. 뉴욕 증시가 연일 출렁이면서 국내 증시가 동반 추락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김 씨는 “지난해 이맘때는 설 상여금으로 어느 종목에 투자할까 행복한 고민을 했는데, 지금은 언제 발을 빼야 손실을 줄일 수 있을지 걱정뿐”이라고 했다.
새해 들어 국내외 증시가 연일 추락하면서 개미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발 긴축 공포가 세계 금융시장을 짓누르는 가운데 국내 증시는 그동안 유동성을 기반으로 많이 올랐던 기술기업들이 대형주에 포진해 있어 하락 폭이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 겹겹 악재에 갇힌 국내 증시
증시의 발목을 잡은 것은 예상보다 빠르고 강력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행보 때문이다. 25, 2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긴축 행보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뉴욕 증시는 연일 하락세를 보였다.
올 들어 21일(현지 시간)까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1.99% 급락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7.73%),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5.70%) 등 주요 지수도 일제히 하락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미국 기술주가 폭락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 심리가 뚜렷해졌다. 이 같은 공포가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고 했다.
이 여파로 국내 증시는 일본, 중국 등 다른 아시아 증시에 비해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금리 인상에 취약한 기술주·성장주들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들어 크래프톤(―38.9%) 카카오뱅크(―28.8%) 카카오(―20.0%), 카카오페이(―16.0%) 셀트리온(―15.9%) 등 테크·게임·바이오 종목들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 “코스피 2,500 선까지 밀릴 수도”
다만 시장이 긴축 우려를 상당 부분 반영한 만큼 이번 주 FOMC의 결과가 확인되면 변동성이 잦아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2,800 선이 붕괴되며 단기적으로 하락 폭이 컸다”며 “설 연휴가 지난 다음 주 후반 정도 하락세가 어느 정도 안정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물가 상승 압력이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아야 주가 하락세가 멈출 것”이라며 “중앙은행의 정책 효과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