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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9000명 안팎 최다… 정부 방역전환은 ‘늑장’

입력 | 2022-01-25 03:00:00

오미크론 검출률 50.3%… 국내유입 52일만에 우세종으로
오미크론 급속확산… 확진 1주새 2배
방역당국, 오미크론 대응 준비 부족… 핵심 대응체계 ‘호흡기전담클리닉’
기초자치단체 229곳중 20곳엔 없어… 金총리 “설연휴 이동 자제 요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513명으로 집계된 2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2.01.24. 뉴시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25일 신규 확진자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장 많은 9000명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주(16∼22일) 국내 오미크론 변이 검출률이 50.3%라고 밝혔다.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지난해 12월 1일 이후 52일 만에 50%를 넘었다. 기존 ‘델타 변이’가 89일 만에 우세종이 된 것과 비교하면 1.7배 빠르다.

방역당국과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24일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잠정 집계된 신규 확진자는 7700명으로, 기존 최다인 지난해 12월 15일(7848명) 수준에 근접했다. 25일 0시 기준으로는 8000명을 넘겨 전주 화요일(4070명)의 2배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을 이끌면서 매주 확진자가 2배씩 증가했던 해외와 같은 흐름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설 연휴(29일∼2월 2일)에 이동한다면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것”이라며 “연휴 이동 자제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정부의 오미크론 대응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미크론 변이 대응의 핵심인 ‘호흡기전담클리닉’ 준비 부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확진자 폭증에 대비해 동네 병의원에 설치된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 코로나19 의심 환자 신속항원검사와 1차 진료를 맡도록 했다. 26일부터 광주와 전남, 경기 안성시, 평택시 등 오미크론 변이 우세 지역부터 이 제도를 시작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빠르면 1월 말부터 2월 초에 (오미크론 대비 체계를) 전국으로 확대 시행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전국 호흡기전담클리닉 579곳(20일 오후 5시 기준)을 전수 분석한 결과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진료할 수 있는 곳은 19곳에 불과했다. 대다수 지역에서 주말 진료 공백이 우려된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229곳 가운데 20곳은 호흡기전담클리닉이 한 곳도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오미크론 대응 체계로 신속히 전환해 대응하라”고 강조한 것과 현장 상황의 괴리가 크다.




정부 “최대 6만명 재택치료 대비” 전문가 “최소 10만명 감당해야”


‘우세종 오미크론’ 대응체제 가동
마스크 썼다면 2m내 대화도… 내일부터 ‘밀접접촉’ 분류 안해
밀접접촉자 격리도 7일로 단축… 60세 미만은 일단 자가검사부터
PCR검사 역량 고위험군에 집중… 검사 대비 확진율 3% 역대 최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 우세종이 되면서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수준의 코로나19 유행이 다가왔다. 25일 신규 확진자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9000명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방역당국은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가 한꺼번에 폭증하면 사회 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26일부터 격리 기준을 일부 완화한다. 하지만 방역지침을 자꾸 바꾸기보다는 의료체계를 서둘러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오미크론 우세에 확진자 폭증 우려
24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전국 코로나19 위험도를 ‘높음’으로 전주(중간)보다 한 단계 높였다. 지난주(16∼22일) 오미크론 변이 검출률이 전국 50.3%로 처음 우세종이 됐고, 특히 호남권(82.3%)과 경북권(69.6%) 등 비수도권도 위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국내 코로나19 검사 대비 확진 비율도 3.0%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확진자가 전례 없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에 비해 치명률은 낮지만 급속히 번지는 특징이 있다. 이날 방대본은 국내 오미크론 변이 치명률이 0.16%라고 발표했다. 이는 델타 변이(0.8%)의 5분의 1 수준이다. 홍역(0.1∼0.3%)과 비슷하고 인플루엔자(독감·0.1%)보다 높다. 오미크론 변이는 1명이 감염되면 12명이 추가 감염돼 6, 7명이 추가 감염되는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강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오미크론 변이는 개인의 중증 위험은 낮지만 전파력은 델타 변이의 2, 3배로 강한 탓에 사회적 피해 규모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고령층의 중증화와 청장년층의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해 백신 3차 접종을 해주고 가급적 KF80 이상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 마스크 쓰면 ‘2m, 15분’ 접촉도 격리 안 해
정부는 확진자 폭증에 대비해 방역지침을 조금씩 느슨하게 바꾸고 있다. 이날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26일부터는 확진자와 2m 이내 거리에서 15분 이상 대화했어도 KF94 또는 KF80 마스크를 적절히 착용했다면 밀접 접촉자로 분류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밀접 접촉자의 관리 및 격리 기간도 줄였다. 지금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밀접 접촉자는 ‘수동감시’를, 미접종 접촉자는 자가 격리를 각각 10일간 해야 한다. 이는 26일부터 전부 7일로 단축된다. 코로나19 확진자 중 접종 완료자의 격리 기간은 10일에서 7일로, 재택치료 환자와 동거하는 미접종자의 격리는 17일에서 14일로 줄어든다.
○ “하루 2만 명 확진 시 재택치료 부실 우려”
정부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전국적으로 60세 이상 등 고위험군에 유전자증폭(PCR) 검사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60세 미만 건강한 사람은 자가검사키트나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와야 PCR 검사를 할 수 있게 된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24일 “재택치료 관리 의료기관을 이달 말 400개 수준까지 확대해 최대 6만 명의 재택치료자를 감당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는 재택치료자 증가 대비가 부족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방역 전문가들은 설 연휴를 고비로 하루 신규 확진자가 2만 명가량 나올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하루 2만 명이 확진돼 7일간 격리될 경우 매일 총 14만 명의 환자를 감당할 수 있는 치료 체계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확보된 병상이 4만여 개인 점을 고려하면 재택치료 역량이 최소 10만 명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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