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혼부부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내놓은 신혼부부희망타운(신희타)이 신혼부부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4차까지 진행된 사전청약에서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연이어 미달 사태가 빚어지는 등 저조한 청약 성적표를 받았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경기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등 수도권 4차 사전청약 공공분양 접수 결과에 따르면 신혼희망타운 중 유일한 서울 지역이었던 대방지구만 최고 경쟁률인 66.9대 1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시흥 거모와 안산 신길2의 경쟁률은 각각 0.4대 1로 미달됐다. 시흥 거모(A5) 전용면적 55㎡는 294가구 모집에 고착 35명만 지원해 0.1대 1에 불과했다. 또 ▲구리 갈매(A1) 전용 46㎡가 0.8대 1 ▲부천 대장 A5 46㎡ 0.3대 1/A6 46㎡ 0.4대 1 ▲시흥 거모(A6) 55㎡ 0.2대 1 ▲안산 신길(A1·3) 55㎡ 0.5대 1/A6 55㎡ 0.3대 1 등 총 7곳이 미달됐다.
앞선 사전청약에서 신혼희망타운은 신혼부부가 생활하기에는 작은 평수와 수익 공유제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다만 서울 대방지구의 경우 여의도, 강남 등으로 출퇴근하기 가까운 서울 중심 지역이라 인기를 얻은 반면, 나머지 지역에서는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해 12월 신청을 받은 3차 사전청약에서도 신혼희망타운은 2172명 모집에 1297명이 신청해 미달을 기록했다. 신혼희망타운 7개 주택형 가운데 시흥 하중 전용 55㎡(1.1대 1) 주택형을 제외한 6개 주택형이 당해지역에서 미달되면서 남은 물량은 수도권 지역 신청자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특히 서울 서초구와 맞닿아 있어 관심을 끌던 과천 주암 지구에서도 신혼희망타운 물량은 C1·C2블록 총 1421가구 모집에 730명이 신청해 절반 가량에 그쳤다.
신혼희망타운은 젊은 신혼부부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우선 부여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세의 70~80% 수준으로 분양가가 책정되고, 투기과열지구라도 분양가의 최대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올해 결혼한 이모(34)씨는 “정부에서 신혼희망타운을 전용 60㎡ 이하 소형 평형만 공급하는데, 아이를 낳고 키우기에는 현실적으로 비좁다”며 “신혼희망타운과 달리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전용 84㎡가 포함됐기 때문에 특공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시세 차익을 환수하는 것도 흥행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집값이 오르면 정부가 시세차익의 절반을 환수하는 수익공유형 모기지에 의무 가입해야 한다.
분양가가 3억700만원을 초과하면 연 1.3% 고정금리로 집값의 70%까지 대출을 해주는 대신, 수분양자는 주택을 매도하고 대출금을 상환할 때 주택도시기금이 시세차익의 최대 50%를 환수해가는 상품이다. 또 신혼희망타운은 공급지역과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에 따라 전매제한이 최대 10년이다.
여기에 주택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에 거주하는 신혼부부들에게는 사실상 청약 기회가 없고, 실제 입주까지 최소 4~5년 이상 걸린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혼희망타운은 대부분 46~59㎡ 소형 평형이라 공공분양 물량에 비해 선호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정확한 주택 수요에 대한 분석 없이 주택 공급량 늘리기에만 몰두한 나머지 신혼희망타운이 당사자인 신혼부부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입주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고, 시세차익까지 나눠야 하는 신혼희망타운보다 별다른 단서 조항이 없는 공공분양에 청약 수요가 몰릴 것”이라며 “단순히 주택 공급량을 늘릴 것이 아니라, 수요에 맞는 주택을 적절히 공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국토부는 올해 1분기부터 신희타에 전용 55㎡ 이상 평형 공급을 확대하고, 하반기부터 계획 변경 등을 통해 중형 평형(전용 60~85㎡)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 1.3%의 초저리 대출 지원을 통해 목돈이 부족한 신혼부부들이 초기 30%만 부담하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