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국정역량은 尹 보다 우위지만 대장동 의혹이 부정적 이미지” “부동산은 서울 2030, 4050 모두 공통 관심사” 민주당 서울시당 심층면접 보고서
‘정치 고향’ 성남서 눈시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시장에서 열린 ‘매타버스’ 행사에서 시민들과 만나 연설하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이 후보는 욕설 논란에 대해 “우리 가족의 아픈 상처를 그만 헤집어 달라”며 호소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핵심 공약인 ‘기본 시리즈’에 대한 서울 지역 유권자들의 인식이 대체로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권자들은 기본소득, 기본주택과 관련해 “취지에 맞지 않거나 모럴해저드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것.
● “푼돈 주면서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서울시 유권자 정치 지형과 대선 전략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본 시리즈’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으로 화제가 됐던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등이 이 후보의 지지율 40%대 진입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민주당 서울시당의 의뢰로 작성된 57페이지 분량의 이 보고서는 서울에 사는 4050세대 남성과 여성, 2030세대 남성과 여성 등 4개 그룹의 포커스그룹인터뷰(FGI·집단심층면접조사)를 토대로 작성됐다.보고서는 민주당이 이번 선거의 ‘스윙보터’로 꼽는 중도·무당층의 상당수가 기본시리즈와 탈모 관련 공약을 선심성 공약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인터뷰에 응한 한 20대 여성은 청년소득 등에 대해 “차라리 그 돈으로 정말 (취업 가능한) 자리를 많이 만들던가 하는 식으로 해결을 해야 한다”며 “푼돈을 주면서 ‘살아라! 한 달 동안!’ 이렇게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에 사는 한 40대 남성도 “당장 지금 유권자들에게는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결국 빚이 우리 다음 세대로 넘어갈 가능성이 많지 않느냐”고 답했다.
(유튜브 ‘재명이네 소극장’ 캡처). © 뉴스1
● “가장 시급한 건 부동산 안정”
이번 조사에서 서울 유권자들은 세대를 막론하고 부동산 문제를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동작구에 서는 29세 남성은 정책 공약과 관련해 “가장 큰 게 집값”이라며 “지금 제 나이대의 친구들도 다 집을 구하고 싶어 하는데 못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40대 남성 역시 “가장 시급한 게 부동산 안정”이라며 “실수요자들을 위한 부동산 정책을 잘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특히 강동구에 사는 한 20대 남성은 “이번 정권에서 진보 성향이던 서울 사는 남성들이 실망을 하고 보수 성향으로 바뀐 경우가 굉장히 많은 것 같다”며 그 가장 큰 원인으로 부동산을 꼽았다. 그는 “정부가 부동산을 잡겠다고 하면서 이것저것 건드리다가 결국에는 이 사달이 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을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는 세대별, 성별 기대가 엇갈렸다. 보고서는 “20대 남성에서는 주식 관련 공약과 군인 및 군필자에 대한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며 “20대 여자는 안전 문제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4050 여성층 역시 부동산 외에 세금과 범죄 치안 요구가 높았다.
● 李, 국정역량과 추진력에서 점수
보고서에는 이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 대한 서울 유권자들의 평가도 담겼다. 이 후보와 관련해 서울 유권자들은 국정역량과 추진력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한 40대 여성은 “직장에 경기도 쪽 분들이 많은데, 경기도 분들은 (이 후보를) 너무 좋아한다”며 “이 후보가 (공약) 실천율이 98.2%라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후보와 윤 후보 인터뷰가 나란히 공개됐던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와 관련해 한 50대 남성은 “(이 후보가 잘해서) 게임이 안되더라”고 평가했다. 반면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관련 인물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이 후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연결됐다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한 30대 남성은 “(대장동) 의혹이 터지기도 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걸 보면 뭔가 많이 썩은 부분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윤 후보에 대해서는 “대선 후보라기보다는 그냥 검찰총장 같은 느낌”(20대 여성), “처음에 가졌던 깨끗한 이미지가 많이 바뀌었다”(50대 여성) 등의 평가가 나왔다. 한 30대 남성은 “저는 정권 교체를 하는 게 희망이지만 (윤 후보로) 정권 교체를 하기에는 너무 리스크(위험)가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