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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난 日정부, 유네스코 사도광산 추천 보류 방침…“전략 실패”

입력 | 2022-01-25 15:00:00


 일본 정부가 사도(佐渡)광산에 대한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 추천을 올해에는 일단 보류할 전망이다. 25일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은 일본 당정 내에서는 ‘전략 실패’라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의 문화청 문화심의회는 지난달 28일 일제강점기 조선인이 징용됐던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 추천 후보로 선정하고 나섰다.

우리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같은 날 견종호 외교부 공공문화외교국장은 주한일본대사관의 추조 가즈오(中條一夫) 공보문화원장을 초치했다. 대변인 논평을 통해서도 “매우 개탄스러우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 정부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노역이 이뤄진 장소가 이에 대한 충분한 서술 없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지 않도록 유네스코 등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반발을 의식한 탓인지 문화청은 문화심의회의 추천이 ‘결정’은 아니라면서 앞으로 정부 내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이례적으로 주석을 달기도 했다.

이후 현지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2023년 등재를 보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25일 닛케이도 보류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2021년 일본 문화심의회가 선정한 후 일본 정부가 올해인 2022년 2월 1일까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추천서를 보내면 심사 기간을 거친 후 2023년 6월 총회에서 등재 결정이 나게 된다.

일본 정부가 올해 2월1일까지 기한인 추천서 제출을 보류할 방침이라는 것이 닛케이 등 현지 언론의 보도 내용이다.

일본은 과거 자신의 결정에 역풍을 맞고 있는 모습이다.

2015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는 1937년 중국 난징대학살 관련 자료가 등재됐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딴지를 걸고 나섰다. “중국과 견해 차이가 있다”며 사무국장이 등재 결정권을 가진 제도에 대해 개혁을 주장했다.

일본의 제안으로 현재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관련국의 합의가 없으면 심사에도 들어갈 수 없다는 규정이 생겼다. 일본은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위안부 자료 등재에도 부정적이기 때문에 이 새로운 제도에 근거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난징대학살 자료가 등재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과 사도 광산이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세계 문화·자연 유산’은 별개의 제도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추천을 강행하면 ‘이중 기준’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원활히 등재할 수 없는 위험이 따른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게다가 일본은 하시마섬(端島·군함도) 등재 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문제도 있다.

일본은 군함도 등재 시 한국인 강제노역 사실을 제대로 알리겠다고 약속해놓고 지키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을 향해 “강하게 유감을 표명한다(strongly regrets)”며 이행을 촉구하는 결정문을 채택한 바 있다.

닛케이는 “일본의 과거 대응이 약점으로 부상한다”고 꼬집었다.

등재를 추진했다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로부터 퇴짜를 맞을 위험도 있다. 일본 위무성에 따르면 세계유산위원회로부터 한번 거부당했을 경우 다시 추천을 받아 등재된 사례는 없다.

하지만 한국이 반대한다고 해서 등재를 마냥 포기할 수만은 없다. 국내 여론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집권 자민당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정조회장은 지난 2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등재와 관련 “국가의 명예와 관련된다. 반드시 올해 중으로 추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자민당 간사장도 25일 기자회견에서 사도 광산에 조선인이 징용됐다는 한국 측의 주장에 대해 “근거가 없고 부당한 것이다. 극히 유감이다”고 주장했다.

또 “등록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지 그런 관점에서 종합적인 검토를 하는 정부의 대응을 기다리겠다”며 등재를 촉구했다.

일본 정계에 큰 영향력을 가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등으로부터 사도 광산을 추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 2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국 측의 반대에 대해 “이유 없는 중상(비방)에 의연히 대응하겠다”고 국내 여론을 의식한 언급을 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도 “한국에 대한 외교적 배려를 실시하는 점은 전혀 없다”며 등재 추진에 대해 “충분한 준비가 됐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

이에 일본 정부가 1년 미룬 2024년 등재를 추진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최근 요미우리는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일단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지 않되, 2024년 이후 등재를 추진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한국 정부의 반발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했다.

등재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주며 일단 등재 추진을 연기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전략이 실패해 현재와 같은 상황을 불렀다는 비판도 일본 당정 내부에서 나온다.

문화과학성의 한 간부는 닛케이에 “문화심의회의 신청 시점에서 그만두는 편이 좋았다”고 지적했다.

자민당 내에서도 “군함도와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전략 미스(실패)”라고 정부의 판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 측의 사도 광산 등재 추진은 10년이 넘은 일이다. 지난 2010년 일본 자체 후보를 의미하는 ‘유네스코 잠정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국내 추천후보 선정에서 낙선을 거듭하다가 작년 말 문화심의회 추천 후보로 선정됐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