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릴랜드주 오션씨티에 사는 사샤 요냐크 군(14)은 2019년 여름 자신이 바다에 떠내려 보낸 ‘병 속 편지’를 아예 잊고 있었다. 그런데 2년 반이 지난 이달 5일 그 편지는 대서양을 건너 5000km 넘게 떨어진 아일랜드 북서부 한 해안가에 닿았다. 바닷물에 떠내려 온 유리병을 60대 부부 시아란 마론과 리타 시몬즈가 발견했다.
작은 병에는 1달러짜리 지폐 두 장과 손으로 쓴 편지가 들어 있었다. 부부는 벽난로 옆에서 병의 물기를 말린 뒤 편지를 꺼내 읽었다. 발신인은 미국 메릴랜드주 11세 사샤. “저는 낚시와 자전거를 좋아하는 아주 활동적인 사람입니다”라는 자기소개와 함께 편지를 발견하면 자신에게 전화를 부탁한다고 적혀있었다. 마론 씨는 “편지는 간단했지만 아름다웠다”고 했다.
소년을 찾을 수 있는 단서라고는 이름과 오션씨티라는 마을이름뿐. 방법을 궁리하던 그들은 오션씨티 지역 신문에 도움을 청했다. 운 좋게도 그 신문사 기자의 친구가 사샤의 부모를 알고 있었고 마침내 페이스북으로 양쪽은 연결됐다. 사샤의 아버지 블라드 요냐크 씨(45)에 따르면 이 편지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
사샤는 동네 주민 웨인 스미스 씨(62)와 평소 친하게 지냈다. 낚시를 좋아하던 둘은 어느 날 바닷가에서 1달러 지폐 두 장과 쪽지가 들어있는 유리병을 발견했다. 쪽지를 쓴 사람은 알 수 없었고 단지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 달라’는 메시지만 있었다. 둘은 사샤에 대한 소개와 웨인의 전화번호를 적은 편지를 써서 병에 담아 대서양에 흘려보냈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 뒤인 지난해 여름, 웨인 씨는 64세로 세상을 떠났다. 아일랜드 부부가 걸었던 전화를 받지 못한 이유였다. 요냐크 씨는 “이 병은 사샤와 웨인 씨의 우정을 상징한다”며 “그는 곁에 없지만 사샤와 함께 한 추억은 남아 있다”고 했다. 사연을 들은 시몬즈 씨도 “웨인 씨가 우리 모두를 연결시켜 줬다”고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