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사고의 원인으로 구조 계산을 하지 않고 설치한 역보(콘크리트 받침대)와 동바리(임시 지지대) 조기 철거를 주목하고 있다.
조영일 광주경찰청 형사과장은 25일 현장 브리핑에서 “화정아이파크 붕괴의 시초는 39층 바닥공사 과정에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PIT층부터 3개층 동바리 조기 철거
수사본부는 콘크리트 타설 공정 중이던 39층의 아래 3개층인 PIT층(배관 등 설비 층), 38층, 37층에 설치됐어야 할 동바리가 조기 철거된 점을 사고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조 과장은 동바리가 조기 제거된 것과 관련해 “HDC현대산업개발과 철골구조업체의 이익 구조가 맞아 떨어져 일어났다”고 말했다.
조 과장은 이어 “현산은 동바리가 없으면 조적, 창틀 작업을 할 수 있고 철골구조업체는 동바리를 크레인으로 내리면 근로자들을 동원해 위층으로 동바리를 옮기지 않아도 돼 인건비 부담이 없어진다”며 “26일부터 현산 관계자들을 출석시켜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역보 설치한 구역만 무너져
구조 계산을 하지 않고 설치한 역보도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역보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 전에 천장 면을 지지하기 위해 세워놓는 구조물이다.공사 작업자들은 PIT층의 높이가 0.55m에 불과한 곳에 동바리를 설치할 수 없어 콘크리트 받침대인 역보 7개를 설치했다.
이에 따라 수사본부는 콘크리트 무게 40~50t를 감당해야 하는 역보 7개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붕괴한 것인지에 대해 조사 중이다.
조 과장은 “현산 등은 역보 7개가 충분하게 버틸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 같다”며 “역보가 견디지 못한 것인지, 역보는 버텼지만 동바리가 없었던 PIT층 바닥(38층 천장)이 감당하지 못한 것인지 여부는 과학적 수사를 통해 밝혀내겠다”고 했다.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는 이달 11일 오후 3시 47분경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신축 공사를 하던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201동의 외벽이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붕괴 15일째인 현재까지 5명이 실종된 상태다. 실종자 1명은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조 과장은 “붕괴 사고 당시 피해자들 구조가 먼저”라면서도 “수색을 정부가 주도하고 있어 현산의 역할이 줄었다. 앞으로 현산 관계자들을 불러 엄중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