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인한 생산 차질 속에서 체질 개선에 성공하며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나타냈다.
현대자동차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3.1% 증가한 117조6106억원을 나타냈다고 25일 공시했다.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이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4조2842억원)에 비해 178.9% 증가한 6조6789억원을 나타내며, 2014년(영업익 7조5500억) 이후 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195.8% 증가한 5조6931억원이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 역시 2020년 2.3%에서 지난해 5.7%로 3.4%p 확대됐다. 지난해 연간 판매는 389만726대다. 전년에 비해 3.9% 증가했다. 내수 판매는 7.7% 감소한 72만6868대, 해외 판매는 7.0% 증가한 316만3888대를 각각 나타냈다.
지난해 현대차는 전기차(EV), 하이브리드차(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수소전기차(FCEV)로 이뤄진 친환경차 부문에서 전년 대비 64% 증가한 42만2000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체 판매(389만대)의 10.8%로 2020년 대비 3.9%p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출시한 브랜드 최초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는 지난 3분기부터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돼 누적 대수 5만대를 넘어섰고, 그 결과 지난해 전기차 판매는 전년대비 43.9% 증가했다.
◆올해 목표 432만3000대…미국 판매목표는 20% 상향
현대차는 올해 ▲GV60, GV70 전동화 모델, 아이오닉6 출시 등을 통한 전기차 라인업 강화 ▲생산 및 판매 최적화를 통한 판매 최대화 ▲고부가 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을 통한 점유율 확대 및 수익성 방어 등에 주력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해 글로벌 완성차 판매 목표를 국내 73만2000대, 해외 359만1000대 등 432만3000대로 수립했다.
지역별로는 ▲내수 73만2000대(전년比 0.7%↑) ▲북미 99만대(20.0%↑) ▲유럽 55만8000대(3.9%↑) ▲인도 55만5000대(8.6%↑) ▲중국 37만대(3.1%↑) ▲중남미 32만9000대(11.1%↑) ▲아중동 31만4000대(28.7%↑) ▲아태 26만1000대(8.1%↑) ▲러시아 21만4000대(2.9%↑) 등이다.
현대차 윤태식 IR팀장은 “올해 미국시장은 수요 회복 지속에 따른 판매물량 증가와 동시에 한편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는 바이든 행정부 친환경차 정책 강화에 따른 전기차 확대에도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며 “이에 따라 미국 친환경차 판매는 지난해 대비 약 45%, 제네시스는 지난해 대비 7% 수준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유럽시장에서도 친환경차 생산·판매 확대에 속도를 낸다. 기존 친환경차 라인업과 더불어 신규 전기차 투입 등 친환경차 라인업을 지속 강화해 친환경차 비중을 지난해 32%에서 40% 수준까지 확대하고, 반도체 수급 차질에 대비해 공급 우선순위 체계를 구축, 판매 차질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인도시장에서는 올해 크레타 및 알카자르 차급 내 경쟁사 신차 출시가 예정됨에 따라 연내 1공장 증량을 통해 인도 SUV 시장 성장세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특히 2분기 베뉴 상품성개선 모델 출시와 인도산 투싼 투입을 통해 SUV 비중을 지난해 64%에서 올해 7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실적 악화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는 체질 개선에 집중한다. 라인업 효율화와 고정비 절감을 지속하는 한편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신차를 순차적으로 투입,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제네시스 브랜드를 중국시장에 공식 론칭한 현대차는 G90, GV70 전기차(EV), GV60을 순차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친환경차 판매목표 33.8% 증가한 56만4000대
현대차는 올해 친환경차 판매 목표를 전년 대비 33.8% 증가한 56만4000대로 잡았다. 이중 전기차 목표는 22만대로 56.3% 증가한 수준이다.
현대자동차 서강현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은 25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현대차 친환경차 판매 목표 대수는 전년 대비 33.8% 증가한 56만4000대이며, 서 부사장은 “당사는 올해 하반기 국내 시장에 아이오닉6를 출시할 계획이다. 미국, 서유럽, 중국 등 주요 글로벌 시장에 GV60, G80 EV, GV70 EV를 순차적으로 출시하며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미국 공장에서 싼타페 HEV를 현지 생산해 미국 내 증가하는 HEV수요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주요 국가들의 환경규제 강화와 친환경 인프라 투자 증가, 친환경차 선호 확대 등에 따라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이 전기차를 중심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관련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반도체 대란 2분기 점진적 개선, 3분기 정상화”
현대차는 향후 경영환경 전망과 관련,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의 점진적인 개선과 반도체 부족 사태의 안정화가 예상됨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약화, 업체 간 경쟁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상승, 환율 변동성 확대 등의 어려운 대외 환경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자동차 서강현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전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품귀 사태와 관련, “2분기 점진적 수급 상황 개선세가 예상되며, 3분기 수급 정상화를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1분기에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주요 완성차업체(OEM)들의 재고 확보를 위한 상향 주문의 영향으로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는 반도체 수급 정상화를 위해 반도체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한 구매 활동과 그에 따른 적시적인 생산 계획 조정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수급 전략 수립, 반도체 직접 소싱, 공용 반도체 OEM간 협력 추진, 대체소재 개발 등 전사적인 노력을 통해 반도체 수급 안정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분기 영업익, 전년比 21.9% 증가한 1조5297억
한편, 현대차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6.1% 증가한 31조265억원(자동차 25조1908억원, 금융 및 기타 5조8357억원), 영업이익은 21.9% 증가한 1조5297억원, 순이익은 40.7% 감소한 7014억원을 각각 나타냈다. 4분기 영업이익률은 4.9%였다.
4분기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5.7% 감소한 96만639대였다. 내수 판매는 8.9% 감소한 18만5996대, 해외 판매는 17.2% 감소한 77만4643대를 각각 나타냈다.
매출 원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7%p 하락한 80.9%를 기록했다. 글로벌 도매 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고부가 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 효과와 우호적인 환율 효과로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전년 동기 대비 5.9% 상승한 1183원을 나타냈다.
매출액 대비 판매비와 관리비 비율은 미래 투자를 위한 연구비 확대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p 높아진 14.2%로 집계됐다.
4분기 국내 시장에서는 아이오닉5, 캐스퍼, 제네시스 GV70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전년 동기 대비 판매 감소세를 보였다. 해외에서는 대부분의 시장에서 판매가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 영향으로 약세를 보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2021년 4분기 경영실적과 관련해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 장기화 영향으로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판매 물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우호적인 판매 믹스 개선과 환율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주요 시장의 재고 수준이 매우 낮은 상황”이라며 “반도체 공급 부족 영향은 지난해 12월부터는 개선되고 있으나 올해 1분기까지는 일부 품목의 부족 현상이 지속될 전망으로, 보다 점진적인 정상화는 2분기부터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