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고,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은 하나금융지주 시가총액(13조6000억 원)이 지난해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카카오뱅크(20조8000억 원)와 카카오페이(19조1000억 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거론하며 이 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종합금융그룹인 하나금융이 훨씬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일견 굉장히 비합리적으로 결과”라면서도 “시장의 평가는 냉혹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무엇보다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기업의 흥망이 걸린 변곡의 기로에서는 단순히 적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하나금융의 성장 전략은 △강점의 레벨업 △디지털 퍼스트 △리딩 글로벌 등 3가지 키워드로 정리된다.
김 회장은 빅테크가 가지지 못한 방대한 오프라인 채널을 하나금융의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우리만이 가진 강점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경쟁자들과 맞서야 한다”며 “우리가 보유한 강력한 오프라인 채널을 손님 중심의 옴니채널로 탈바꿈하고, 금융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람이 꼭 필요한 영역에서 차별화된 상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속도감 있는 디지털 전환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 김 회장은 “그저 ‘디지털 전환’이라는 구호의 나열로 그칠 것이 아니라, 그룹의 디지털 핵심 기반부터 재설계하여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주요 기술의 내재화, 우수한 인재의 육성과 확보, 이를 뒷받침할 조직과 인프라를 신속하게 확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회장은 올해 경영전략을 제시하며 “금융의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올 한 해 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경쟁과 협력으로 기존의 틀을 깨야 한다”며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은 더욱 강화하여 금융의 영역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 이를 토대로 금융의 경계를 넘어 디지털과 글로벌로 나아가는 여정을 지속한다면 하나금융그룹의 미래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