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사팀 “보완수사 필요” VS 지청장은 거듭 반려
김오수 검찰총장은 26일 성남지청의 상급기관장인 신성식 수원지검장에게 사안의 경위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박 차장검사는 검찰 인사가 단행된 전날(25일) 검찰내부망에 글을 올려 “더 근무를 할 수 있는 다른 방도를 찾으려 노력해봤지만, 이리저리 생각해보고 대응도 해봤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며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박 차장검사는 주변에 “이렇게 사직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직을 던져야지 수사가 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차장검사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에는 이 사건을 둘러싼 박 지청장과의 갈등이 작용했다고 검찰 관계자들은 전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바른미래당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015~2017년 성남FC 구단주(성남시장)로 재직시 관내 기업들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하는 대신 후원금 명목으로 160억 원을 받아갔다며 뇌물 혐의로 이 후보를 고발했다.
고발 후 3년 3개월 동안 수사를 진행한 경찰은 이 후보의 출석조사 없이 서면조사만 진행했고, 지난해 9월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다. 이에 고발인 측이 경찰의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해당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다.
수사팀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 내용은 박 차장검사를 통해 박 지청장에게 보고됐다. 하지만 박 지청장은 보완수사 필요성 의견에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수사팀은 수 차례 보완수사 필요성을 보고했지만 박 지청장은 계속 반려 의견을 냈다고 한다.
● 박하영 “지금은 (취재에 응하기) 어렵다”
검찰 © News1
수사팀이 의심스러운 자금거래를 확인하기 위해 계좌추적을 하려 했는데 박 지청장이 이를 막았다는 것이다. 박 지청장은 2020년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 재직하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징계를 주도한 인물이다. 검찰 내부에서 대표적인 친정권 성향 검사로 분류돼 검사장 승진 1순위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 송치 사건을 4개월째 검토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차장검사를 포함한 수사팀의 일치된 의견에도 지청장이 명확한 근거 없이 보완수사를 막았다면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성남지청 관계자는 “(박 지청장이 계좌추적을 막았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박 지청장이 사건 기록을 다 가져가 수사팀이 못보고 있다는 소문도 있는데 모두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A 검사가 이 사건 처리 과정을 일지에 기록해 박 차장검사에게 건넸다는 말도 나온다. 검찰이 의지를 갖고 진상 파악에 나설 경우 이 일지가 구체적인 증거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