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우크라 침공땐 제재 예고속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핵합의 파기 및 경제 제재가 시작된 2018년 당시 이란 곳곳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동아일보DB
“우리는 매일 더 가난해지고 있어요.”
약 30년간 교사로 일했고 은퇴 후 택시 기사가 된 이란인 호세이니 씨(65)는 25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했다. 한 달을 꼬박 일해도 그가 쥐는 돈은 불과 250달러(약 30만 원). 호세이니 씨는 “이 돈으로는 집세와 공과금을 내는 것조차 충분하지 않다”고 한탄했다.
세 아이의 엄마로 청소부로 일하는 메르바누 씨 또한 “한 달에 150달러를 번다. 남편 월급을 더해도 아이들을 위한 기본적인 물품만 살 수 있다”고 토로했다.
○ 美 제재 후 1인당 GDP 3분의 1로 급감
제재 본격화 이후 약 10년간 이란의 경제난은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1년 7781달러(약 934만 원)에 달했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20년 2282달러(약 274만 원)로 줄었다. 불과 9년 만에 3분의 1 이하로 급감한 셈이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지난해 GDP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이보다 더 떨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생필품 품귀와 고물가도 심각하다. 최근 몇 달간 빵, 고기, 유제품, 쌀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전기와 수도요금 등도 2배 이상 상승했다. 22일 영국 소재 이란 전문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지난해 전체로 이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6.9%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식료품 값의 상승률이 60%를 넘었다.
○ 경제난 악화에 절박해진 이란 “美와 대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며 관련 문서를 들어 보였다. 동아일보DB
이는 지난해 8월 취임한 초강경 보수 성향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취임 당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만나지 않겠다”고 했던 것과 상당히 다르다. 아무리 반미 성향이 강한 지도자라 해도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실물 경제가 갈수록 악화되자 핵합의 복원이 절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출범 전부터 2018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파기했던 이란과 서방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복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 1년이 지났음에도 그간 협상이 지지부진했으나 양측에서 모두 변화의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