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황현희 씨(29)의 외가 식구들은 지난 주말에 전화와 문자로 서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 여부를 확인했다. 황 씨의 첫째 이모가 “설에 3차 접종한 사람들만 모이자”고 제안하자 다른 가족들이 모두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해 10월 말 2차 접종을 한 뒤 아직 3차 접종을 하지 않은 황 씨는 이번 모임에 빠진다. 황 씨는 “서로 불안한 것보다는 상황이 안정된 뒤 만나는 게 낫다”며 “이번 연휴엔 ‘집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설 연휴는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치솟는 와중에 맞게 된다. 설 연휴 이후 확진자가 더 많이 늘어나는 상황도 피하기 어렵다. 최대한 이동과 만남을 자제하는 것이 좋지만 꼭 고향을 찾아야 하는 경우에 대비해 안전한 설 연휴를 보내는 ‘신(新) 방역예법 3대 원칙’을 소개한다.
① 어르신 ‘3차 접종’ 여부 확인
이번 설에는 가족 모임도 ‘사적 모임’으로 분류돼 6명까지 모일 수 있다. 황 씨 가족처럼 3차 접종자들끼리만 모인다면 보다 안전하다.백신 2차 접종자와 3차 접종자의 ‘돌파 감염’ 위험도 차이는 크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6일 0시 기준 국내 2차 접종자 4230만여 명 중 돌파 감염자는 21만여 명(0.5%)이다. 반면 3차 접종자 1830만여 명 중 돌파 감염자는 1만1000여 명(0.06%)이다. 비율로 따지면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특히 고령의 어르신들이 3차 접종을 하지 않았다면 아예 뵈러 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한다. 고령층은 1, 2차 접종을 일찍 했기 때문에 만약 아직 3차를 맞지 않았다면 오미크론 변이에 사실상 무방비인 상태”라고 말했다.
고령의 기저질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에선 3차 접종을 모두 한 어르신들도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 노동훈 카네이션 요양병원 원장은 “명절 음식을 갖고 요양병원을 찾는 보호자들의 안전을 위해 ‘비접촉 면회’를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추석 카네이션 요양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비닐 커튼을 사이에 두고 ‘비접촉 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카네이션 요양병원 제공
② ‘선(先)검사, 후(後)귀성’ 필수
귀성길에 오르기 전 코로나19 검사를 먼저 해본다면 감염 위험을 더 낮출 수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지영 씨(32)는 전북 군산의 시댁으로 가기 전 남편과 함께 선별검사소에서 검사를 받을 계획이다. 김 씨는 “70대인 시부모님이 3차 접종까지 마쳤지만 최근 서울에 확진자가 많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주부 유화경 씨(41)도 최근 비상용으로 자가검사키트를 구매했다.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하기 전에 한 번 더 검사를 받는 것도 좋다. 직장인 최종수 씨(55)는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해 설에도 연휴 막바지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볼 생각이다. 음성이 나와야 회사에 출근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 연휴 기간에는 검사 기준이 달라져 유의해야 한다. 26일부터 오미크론 변이 대응체계를 미리 가동한 광주, 전남, 경기 평택시, 안성시를 제외한 전국 나머지 지역을 기준으로 28일까지는 선별진료소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29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는 PCR 검사와 자가검사키트를 이용한 신속항원검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다음 달 3일부터는 60세 이상 등 고위험군을 제외한 사람들은 모두 신속항원검사만 받을 수 있다.
설 연휴 기간에도 선별검사소는 운영된다. 다만 검사소별로 운영 기간과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방문 전에 정부가 운영하는 코로나19 홈페이지(ncov.mohw.go.kr)를 통해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질병관리청 콜센터(1339)나 시도 콜센터(지역번호+120)로 연락하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26일 서울 서초구에서 정민성 군(6)이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 자가검사키트를 이용해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③ 마스크는 KF80, KF94 착용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이 매우 강한 만큼 이번 설에는 침방울을 잘 차단하는 KF80, KF94 마스크가 필수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설에는 확진자를 마주칠 위험이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에 보건용 마스크가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기 구리시에 사는 홍예진 씨(29·여)도 평소에는 답답해 얇은 ‘덴탈 마스크’를 쓰지만 외할아버지를 뵈러 가는 설 연휴를 앞두고선 KF94 마스크를 준비했다. 홍 씨는 “외할아버지를 못 뵌지 오래돼 가긴 가야하는데 80세 고령인데다 몸도 편찮으셔서 가족들이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법 전문가들은 친척 간 만남을 자제하는 설 연휴 분위기가 자칫 부모들의 서운함이나 자녀들의 죄책감으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조선시대에도 역병이 돌면 마을 전체가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기록이 있다”며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에선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본질(마음)을 우선시하는 것이 진정한 예(禮)”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오히려 코로나19 상황을 계기로 비대면 차례 등을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정착시킨다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