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배달 플랫폼 업체인 ‘도어대시’에 이달 초 소다음료인 환타 1병을 배달해 달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2.5달러짜리 환타 1병의 배달료는 5배가 넘는 13달러. 이 내용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면서 배달비의 적정가를 놓고 한판 논쟁이 벌어졌다. ‘아이스커피 1잔 배달에 9달러를 냈다’는 등의 유사 경험담이 속속 올라왔다. 한국보다 인건비가 훨씬 비싼 해외에서도 배보다 배꼽이 커진 배달비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
▷배달천국 한국에서도 ‘배달비 1만 원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급증하는 배달 수요를 라이더들의 공급이 따라잡지 못하면서 배달비가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이다. 폭설 등으로 배달이 어려워진 시간대의 배달비는 2만 원을 훌쩍 뛰어넘기도 한다. 배달 플랫폼 업체들의 단건 배달(주문 1건당 한 곳만 배달) 경쟁이 불붙으면서 라이더들의 몸값은 계속 뛰고 있다. 유튜브에는 ‘연봉 5000만 원 라이더’ ‘자전거로 월 400만 원 벌기’ 같은 동영상들이 인기다.
▷배달비 부담은 결국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사용자들의 불만도 쌓여 간다. ‘배달공구(공동구매)’ ‘배달 끊기 챌린지’ ‘셀프 배달’ 같은 궁여지책들이 나오고 있다. “택시로 음식을 배달받는 게 차라리 더 쌌다”는 실험담도 나왔다. 배달비 부담이 커진 음식점 업체들도 울상인 것은 마찬가지다. 25% 안팎이던 음식점의 마진이 5%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심지어 그동안 적용받아 왔던 배달앱 수수료 할인제도 곧 줄줄이 종료된다.
▷수요 공급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 시장의 작동원리 자체를 건드리기는 어렵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배달 수요가 줄어들면 배달비도 다시 떨어질 것이다. 개발이 한창인 배달용 드론, 로봇의 상용화도 배달시장을 흔들 변수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은 자영업자와 소비자 양쪽 모두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다. 배달을 중단하자니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사회에서는 그것도 쉽지 않다. 배달 서비스라도 쓰지 않으면 식당 문을 닫을 처지에 놓인 자영업자들에게는 대안도 없다. 배달비는 언젠가 적정선을 찾겠지만 그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