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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설 물가 잡혔다”지만…고공행진에 휘는 서민 허리

입력 | 2022-01-29 07:40:00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 News1


설 명절이 다가온 가운데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16대 설 성수품 중 사과를 뺀 15대 품목과 쌀 가격이 모두 떨어지며 물가안정세가 뚜렷하다고 밝혔으나, 1년 전과 비교해보면 돼지고기·소고기 등 주요 성수품 값이 뛰면서 국민이 체감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전날(28일) 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설 민생안정대책 발표 전날인 5일과 비교해 27일 기준 사과를 제외한 16개 품목 가격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사과(후지 10개) 가격은 1년 전보다는 17.1% 낮은 수준이나, 명절을 앞두고 제수용·선물용이 나오면서 1393원(5.4%) 올랐다.

가격이 떨어진 품목은 배추와 무, 배,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밤, 대추, 명태, 물오징어, 갈치, 고등어, 조기, 마른멸치, 쌀이다.

다만 이들 중에도 5일보다는 가격이 떨어졌으나 1년 전 또는 평년과 비교해보면 오른 품목이 있다. 평년가격은 최근 5년간 해당 일 가격 중 최고·최저값을 뺀 평균값이다.

배추(1포기)는 5일 4302원에서 27일 3998원으로 3000원대에 진입했으나 1년 전(3116원)과 비교하면 28.3%(882원) 올랐다. 평년(3484원)과 비교해도 높다.

한우설도 100g은 같은기간 5156원에서 4988원으로 하락했으나 1년 전(4839원), 평년(4643원)보다는 올랐다.

삼겹살 100g도 2501원에서 2305원으로 소폭 떨어졌지만 1년 전(2108원)보다는 비쌌다. 평년가격은 1819원으로 2000원을 밑도는 수준이었다.

쌀(20kg) 가격은 27일 5만2650원으로 1년 전(6만403원)보다는 내려갔으나 4만원대였던 평년(4만9477원)보단 높았다.

이 기간 가격이 1.7% 떨어져 6181원을 기록한 계란(특란 30개)도 평년가격은 5827원으로 5000원대였다. 최근 전국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산발해 수급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사 주체에 따라 설 물가에 대한 인식이 달리 나타나기도 한다. 정부는 쌀을 포함한 17대 품목 기준으로 “성수품 가격안정세가 뚜렷하다”고 했으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25개 제수용품 가격조사 결과 2주 전보다 비용 부담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 단체 물가감시센터는 지난 24~25일 서울 25개구에서 90개 시장·유통업체의 제수용품 25개 품목 가격을 조사한 결과, 설 차례상을 차리는데 평균 28만7866원이 필요해 지난 10~11일 조사 때보다 1.4%가량 가격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2주 전보다 값이 가장 많이 뛴 건 참조기(21.9%)로, 대형마트의 참조기 가격이 53.2%나 오른 영향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먹거리 물가 상승은 비단 설 차례상 비용뿐만이 아니라 전체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애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여기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통과되면 유동성을 늘리며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야는 모두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정부안(14조원)보다 2~3배 증액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국회 심사 과정에 추경안 규모가 불어날 공산이 크고, 이 경우 시중에 유동성은 더 풀리면서 각종 물가정책이 ‘도루묵’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에 가공식품·외식업계에도 가격동결을 요청한 상태다.

담합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도 동원된다. 공정위는 오리와 토종닭,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담합 감시를 강화하고 위반혐의 확인 시 현장조사하는 한편, 담합 적발 시 강력한 시정조치를 강구할 방침이다.

(세종=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