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메가박스중앙(중)플러스엠 제공
이달 26일 개봉한 ‘킹메이커’는 ‘불한당’ 변성현 감독과 제작진, 설경구가 모여 완성한 또 한 편의 영화다. 범죄 스릴러였던 전작과 달리, 이번 영화는 근현대사 속 실존 인물들의 관계를 모티브로 한 드라마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선거 캠프 참모였던 엄창록의 이야기를 담아낸 ‘킹메이커’에서 설경구는 김대중 대통령을 모델로 한 정치인 김운범을 연기했다.
“연기를 해내기에 재밌는 캐릭터는 아니었어요. 일단 4, 5번 정도의 연설 장면에 대한 부담이 컸어요. 제 성격이 남들 앞에서 막 얘기하고 설득시키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스트레스가 컸죠. 그런데 감독님이 연설문 신이 정말 중요하다고 얘기를 해서 두 달 전부터 스트레스가 왔었죠.”
설경구/메가박스중앙(중)플러스엠 제공
“재미를 느끼면서 찍지 않았어요. 신이 나서 했던 캐릭터는 아니었죠. 내 주장을 펼치는 대선주자인 것 같은데 안으로 들어가 보면 김운범은 참모들의 이야기를 듣는 편이지 자기 주장을 강하게 어필하는 캐릭터가 아니거든요. 오히려 리액션이 더 많은 캐릭터죠. 혼자하는 게 많고요. 영화를 찍으면서 대선 후보들이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김운범은 참 외로웠던 캐릭터였어요.”
‘킹메이커’의 시나리오는 ‘불한당’을 찍을 때 받았다. 설경구는 “딱히 직접적으로 같이 하자는 말을 안 했는데 어느덧 ‘불한당’ 개봉하고 1년 후에 하게 돼 있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변성현 감독으로부터 처음 제안을 받은 캐릭터는 김대중이었다. 처음 캐릭터를 제안 받은 그는 부담감을 비롯한 여러 복잡한 감정을 느꼈던 듯 했다.
설경구/메가박스중앙(중)플러스엠 제공
심지어 설경구는 변 감독에게 김대중 역할이 아닌, 이선균이 연기한 엄창록 역할(극 중 서창대)을 하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변성현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설경구는 “어떤 방법으로 말해도 변 감독이 흔들리지 않더라, 나를 김운범이라고 찍어놓고 생각한 것 같다, 꿈쩍하지 않더라”라고 회상했다. 이후 변 감독은 이에 대해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김운범은 욕망이 드러난다거나 숨겨진 이면을 보여준다거나 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자칫 평면적여 보일 수 있는데 이런 것을 입체적으로 할 수 있는 배우가 손에 꼽힌다고 생각한다, 설경구 선배님은 그 중에 한 분이었다”며 “(설)경구 선배님이 연기하시는 서창대도 궁금하다, 그런데 그러면 김운범의 나이가 높아지는데 나는 젊은 정치인 김운범을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설경구/메가박스중앙(중)플러스엠 제공
‘킹메이커’에서 설경구는 후배 배우 이선균과 호흡을 맞췄다. ‘킹메이커’는 사실상 킹메이커인 서창대의 감정선대로 흘러가는 영화다. 서창대가 정치인 김운범을 바라보며 느끼는 존경심과 희망, 열등감, 애정과 증오 등을 따라가다 보면 멜로 못지 않게 진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확인할 수 있다. 서창대의 캐릭터가 그만큼 중요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역할에 이선균을 처음 제안한 사람이 설경구였다.
“‘자산어보’도 그렇고 툭 생각나는 사람을 던져요. ‘자산어보’도 변요한씨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둘이 친분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닌데 ‘변요한 어때요?’ 했었어요. 이번에도 그랬어요. 매회 챙겨본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 TV를 틀면 보게 되는 드라마가 ‘나의 아저씨’였어요. 드라마를 보다가 변 감독님에게 ‘이선균 어때?’ 하고 물어본 거였죠.”
설경구/메가박스중앙(중)플러스엠 제공
지난해 설경구는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의 정약전 캐릭터로 국내 시상식의 남우주연상을 휩쓸였다. 2017년 ‘불한당’으로 수상한 이후 약4년만에 또 한 번 받는 큰 관심이었다.
설경구/메가박스중앙(중)플러스엠 제공
‘킹메이커’는 지난해 12월 개봉을 준비했다 코로나19 상황 악화로 한 차례 개봉을 늦춘 끝에 지난 26일 개봉했고, 설 연휴 흥행을 기대 중이다.
“저 답지 않게 12월 한 달 내내 홍보를 참 많이 했어요. ‘방구석 1열’부터 해서 많이 나갔는데 코로나19로 인해서 개봉이 한 달 정도 미뤄지면서 조금 붕 뜬 상태였고, 지금은 이선균씨도 저도 감독님도 어리둥절해 하며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에요…거창한 목적의식 없이 평범한 한 개인을 그리려고 했습니다. 감독님은 김운범을 큰 사람으로 그리고자 했다는데 저는 오히려 개인 김운범에 집중했어요. 큰 인물일 수 있으나 한 인간이었다, 이런 부분이 참 재밌습니다. 많이 봐주세요.”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