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밥상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간 양자토론이 올라가게 됐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설 연휴 기간인 31일 양자토론을 먼저 열고 연휴 직후 2월 3일 방송사가 주관하는 4자 TV토론을 여는 데 합의하고 실무협상에 들어가기로 했다.
법원이 방송사 주관 양자 TV토론을 불허한 후 여야간 줄다리기 끝에 선(先) 양자토론 후(後) 4자토론으로 결론이 난 것은 두 후보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이재명 후보 측은 지지율이 30%대 중반 박스권에 갇힌 상태에서 앞서 나가는 윤석열 후보와의 격차를 좁힐 한판 승부가 절실한 형국이다. 4자토론을 우선하면서도 양자토론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온 이유다.
반면 이 후보 토론 실력에 대한 높은 기대치가 독으로 작용할 공산도 있다. 지난 26일 나온 YTN 의뢰 리얼미터(24~25일) 조사에선 이재명·윤석열 양자토론에서 누가 더 토론을 잘 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이재명 54.2% 윤석열 31.8%로 나타났다.
‘달변가’ 이미지인 이 후보에 비해 정치 초보자인 윤 후보가 상대평가에서 유리할 수 있는 셈이다. 더욱이 윤 후보는 지난해 국민의힘 경선 토론에서도 점차 토론실력이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윤 후보도 설 연휴 양자토론을 열기로 하면서 ‘1대 1 구도 구축’ 전략에 청신호가 켜졌다. 양강구도가 심화될 수록 ‘사표 심리’ 자극을 통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가 자연스럽게 정리되리란 기대에서다.
여기에 4자 토론을 수용함으로써 다자 토론을 꺼린다는 인식도 불식시켰다. 윤 후보가 집중포화를 맞는 구도 자체가 오히려 ‘야권 1위 주자’로서의 위치를 공고히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양자토론이 지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 49.6%(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28.5%,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21.1%), ‘영향을 미칠 것’ 48.4%(매우 영향을 미칠 것 29.2%, 약간 영향을 미칠 것 19.2%)으로 팽팽했다.
반면 27일 나온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기관 합동 전국지표조사(NBS, 24~26일 실시)에서는 지지후보가 있다는 응답자(n=822)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TV토론 결과에 상관없이 계속 지지할 것’이라는 응답이 66%로 높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뉴시스에 “17대 대선과 18대 대선의 경우 토론 전후 지지율 변화 추이를 보면 오차범위 내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난다”며 “TV토론은 생각보다 지지율에 큰 영향을 주지 못 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한 예로 지난 2017년 19대 대선 후 한국정치학회가 실시한 ‘후보토론회 효과 분석 연구’에 따르면, 당시 문재인·홍준표·안철수·유승민·심상정 후보 5인 중 심상정 후보의 경우 토론을 잘했다는 응답이 44.2%로 다섯 후보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토론 평가에서 중하위권이었던 문재인(14.4%), 홍준표(6.9%) 후보는 각각 지지층의 95.5%와 94%가 토론 후에도 여전히 두 후보를 지지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미 확고한 성향을 가진 거대양당의 고정 지지층은 토론 결과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다만 상대평가인 토론 성격상 어느 후보든 지지층을 돌아서게 할 ‘최악’의 실책을 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지난 대선 토론에서 ‘MB 아바타’ ‘갑철수’ 발언으로 자충수를 연발했던 안철수 후보는 토론 평가에서 1.9%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토론 전 사전조사 때 지지한다던 응답자 중 토론 후에도 같은 입장을 유지한 경우는 49.8%에 그쳤고, 문재인 후보로 지지가 바꾼 응답은 20.9%, 홍준표 후보로 이동한 경우는 14.7%로 나타났다.
인용한 조사들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