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2시께 서울 잠실역 인근의 한 복권 판매점 앞. 당첨자가 많이 나온 ‘명당’으로 알려진 해당 판매점 앞에서 역 출구 앞까지 복권을 사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일렬로 줄을 선 20여명의 사람들 중엔 책가방을 멘 학생, 손을 잡은 채 줄을 서 있는 커플 등 젊은 층도 눈에 띄었다.
한 손에 지폐를 쥔 채 줄을 서 있던 직장인 A(30)씨도 이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매주 목요일마다 근처에서 일을 일찍 마치고 퇴근길에 복권을 5000원어치 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권을 사는 날엔 현금을 꼭 들고 다니는데 재미 삼아 로또를 사게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로또(온라인 복권), 연금복권 등 복권을 정기적으로 사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다. 당첨 희망, 단순 재미 등 복권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설 연휴 시작인 29일 로또 1000회차를 맞아 역대 최다 판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030 세대의 구매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복권을 사는 청년들이 많아지면서 구매 유형이 다양해졌다. 오프라인 판매점뿐 아니라 온라인 홈페이지로도 돈을 가상계좌에 예치금으로 넣어둔 채 복권을 구매할 수 있다. 대학원생 최모(27)씨 같은 경우 한 달에 1번씩 돈 2만원을 충전한 뒤 틈틈이 연금복권, 로또를 구매하면서 당첨 발표를 기다린다.
복권 구매 이후 당첨 가능성을 높이려는 노력도 있다. 특히 청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카카오톡 오픈 카톡엔 코인, 주식 투자처럼 복권 당첨 추이를 함께 분석해 당첨 확률을 높이자고 모인 단체 대화방들이 10여개 있다.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700명 참가자들이 일확천금을 위한 ‘스터디’에 참여한다.
복권은 경기가 어려울 때 많이 팔리는 ‘불황형 상품’이라고 불리는데 이러한 복권의 인기는 곧 살기 팍팍한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있다. 코로나 이후 일자리를 찾기 힘들어진 대학생, 직장을 가진 청년들도 내 집 마련하기 힘든 상황에 로또 등 구매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 상황에서 어려움은 가중되는데 젊은 세대, 직장인들이 자신이 기대하는 소망,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일종의 좌절 심리가 가중되고 있고, 이런 상황이 로또 구입에 대한 집착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성실함으로 부를 추적하는 일이 어렵다는 실질적인 판단 하에 로또를 구매하는 것”이라면서 “내 집 마련이 청년들의 중요한 삶의 목표가 됐는데 집 구매를 위한 목돈 마련 방법이 지금 없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