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 인근에 설치된 대기소에서 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취재진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2.1.29/뉴스1 © News1
“아끼던 4살 손녀 장난감 사서 기다리셨을텐데…재롱보려고 기다리셨을거에요.”
“딸은 아빠와 아이스크림을 먹겠다고 기다리고 있는데….”
민족의 대명절인 설 연휴가 시작된 29일 광주 서구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 인근에 천막으로 설치된 대기소.
가족들은 사고가 발생한 지 19일째 추위와 맞서 싸우며 피해자가 발견·구조되기를 기도하고 있다.
피해자 가족들은 “빨리 구조됐으면 한다”며 설 명절을 앞두고 있는 심정을 토로했다.
아버지를 기다리는 아들은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출장을 많이 다니기 때문에 명절은 다른 날보다 더 소중한 날이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이제 저희 딸이 4살이 됐다. 아버지가 진짜 아끼던 손녀다”라며 “(보통 같으면) 아마 장난감을 사서 기다리셨을 것이고, 재롱을 보려고 기분 좋게 집에서 기다리셨을 것”이라고 조용히 말했다.
구조대상자의 아들이라는 20대는 “소방 대원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며 “소방대원의 안전을 위해 (정부가) 더 많은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주말에는 같이 여행을 가자고 했다”며 “하지만 중요한 시험이 코 앞으로 다가왔고, 이에 시험을 끝나는 3월에 가자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울먹이면서 “(여행을) 갔었으면 더 많은 추억을 남겼을텐데”라며 “그게 너무 힘들어요”라고 말하며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또다른 구조대상자의 가족은 “딸은 아빠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아빠와 아이스크림을 먹겠다고 기다리고 있는데”라고 힘겹게 말했다.
가족들은 “빨리 구조되어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으면 한다”며 “잊지 마시고 꾸준히 관심을 가져달라. 또다른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최근 붕괴 현장에서 신체 일부가 발견된 가족도 입을 열었다.
그는 “발견된 피해자가 형님인 것을 알게 됐다”며 “나이가 들면서 연락도 많이 안하며 멀어진 점들이 너무 미안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이어 “사고가 나기 전 가족끼리 모여서 밥이라도 한 끼 못한 게 너무 후회스럽다”며 “형님만 나오면 가족들 다 모일 수 있으니 빨리 나오길 바란다”며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다른 한 가족은 “붕괴된 건물을 볼 때마다 너무 애통하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지금이 꿈이었으면 하는 생각 뿐”이라며 울먹였다.
앞서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 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201동 건물 일부가 38층부터 23층까지 무너져 내렸다.
현재까지 실종됐던 6명의 피해자 중 1명이 숨진채 수습됐고, 2명은 신체 일부가 발견됐으나 잔해물에 매몰된 상태다. 나머지 3명의 행방은 묘연하다.
(광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