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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여동생 성폭행하고 ‘묵시적 합의’ 주장한 20대, 2심서 감형…왜?

입력 | 2022-01-30 07:44:00


“묵시적 합의였다”며 친구의 여동생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뒤늦게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자와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감형 사유로 작용됐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성주)는 준강간미수 혐의로 기소된 A(25)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다만 원심의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은 유지됐다.

A씨는 2020년 3월 전북의 한 원룸에서 잠자고 있던 친구의 여동생 B(20대)씨를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A씨는 B씨, 그의 오빠와 함께 술을 마시고 B씨의 집으로 간 뒤 침대에서 먼저 잠자던 B씨에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 측 변호인은 법정에서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은 인정하지만, 이는 피해자가 먼저 자고 있던 피고인 옆으로 와서 누운 후 피고인을 껴안는 등으로 성적인 신체 접촉을 한 것에 따른 묵시적인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도 “B씨가 자꾸 제 품으로 파고들어와서 B씨가 저와 성관계를 원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성관계를 원했기 때문에 가만히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B씨는 “피해 장면을 다른 사람이 보는 것이 수치스러워 소리를 낼 수 없었다”면서 “저는 이 사건 때문에 몇 달을 맨날 울었는데 피고인은 아무렇지 않게 당당하게 평소랑 똑같이 행동하는 모습이 너무 뻔뻔스러워서 거기서 폭발했다”고 토로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이 사건 전에 피해자와 단둘이 만나거나 전화 및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없는 점 ▲사건 당시 피해자에게 남자친구가 있었다는 사실을 피고인도 알고 있었던 점 등을 이유로 피고인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일관되게 자신이 피해를 봤다는 것을 오빠뿐만 아니라 피고인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고, 자신만 가만히 있으면 모두가 평화로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사건이) 계속 떠올라 괴롭고 힘들다고 진술했다”며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수법 내용 등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 입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에 피고인과 검사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인 친구의 친동생인 피해자가 잠이 들어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것을 이용해 피해자를 준강간하려다 피해자가 잠에서 깨어나 준강간죄 미수에 그친 것일 뿐이고 실제로는 피해자를 간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초범인 피고인이 항소심에 이르러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등은 양형상 유리한 사유로 고려돼야 한다”며 “나아가 피고인은 항소심 변론 종결 후 피해자와 합의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의사 표시를 함에 따라 양형에 관한 중대한 사정 변경이 생겼으므로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전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