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년 만에 사거리 수천㎞대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다.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을 쏘지 않겠다는 모라토리엄을 깨기 일보 직전까지 다가갔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30일 오전 7시52분께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 동해상으로 고각으로 중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비행 거리는 약 800㎞, 고도는 약 2000㎞로 탐지됐다.
발사 지점인 자강도 무평리 일대는 북한이 최근 극초음속 활공체를 쏜 곳인 동시에 2017년 7월 화성-14형 ICBM을 쐈던 곳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고도 2000㎞면 중장거리급으로 불러도 충분하고, 극초음속 미사일을 중장거리로 발전시키기 위한 사거리 증가 시험 가능성도 높다”며 “동해안에서 고탄도각 시험을 한 것은 탄도미사일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과도하게 고도를 올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 위원은 “일본 열도를 넘긴 화성-12형(IRBM) 사례를 보면 동해상 고탄도각 발사는 고도 2000㎞에 사거리는 800㎞고 실제 사거리 발사에서는 고도 800㎞에 사거리는 3700㎞”라며 “화성-12형을 고도 증가에 따른 사거리 증가로 계산을 하면 사거리가 8000㎞ 정도 나온다. 동해안에서 고탄도각 발사 결과를 가지고 중거리로 단정하면 안 된다. 실제 발사 결과를 봐야 한다”고 짚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이번 고각 발사를) 일반적으로 계산하면 정상 발사 시 사거리는 4800㎞”라고 설명했다.
4800㎞는 미국 괌 기지까지 포함하는 거리다. 하와이는 약 8000㎞ 거리에 있다. 미국 본토를 공격하려면 사거리가 1만㎞ 수준이 돼야 한다.
청와대 역시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재개했다고 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에서 “2017년도에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서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이어지면서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평했다.
문 대통령 말대로 북한은 2017년에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했다.
북한은 2017년 5월14일 사거리 787㎞, 고도 2111㎞짜리 화성-12형, 8월29일 사거리 2700㎞, 고도 550㎞짜리 화성-12형, 9월15일 사거리 3700㎞, 고도 800㎞짜리 화성-12형을 잇따라 쐈다.
북한은 IRBM인 화성-12형 발사를 끝내자 ICBM 단계로 넘어갔다. 북한은 2017년 7월 사거리 933㎞, 고도 2802㎞짜리 화성-14형, 8월 사거리 998㎞, 고도 3724㎞짜리 화성-14형에 이어 11월 사정거리 960㎞, 고도 4500㎞짜리 화성-15형을 발사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부총장은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해제 검토, 즉 레드라인을 넘는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을 테스트하려는 것”이라며 “이번 중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을 봐가면서 향후 ICBM 공개나 모라토리엄 해제 여부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북한의 향후 행보를 예상했다.
양 부총장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2017년으로 회귀하지 않기 위해서는 누군가 중재를 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이기 때문에 중재자 역할에 한계가 있다”며 “올림픽 개최국이면서 대북 영향력을 가진 중국이 역할을 해야 하고 한미일 협의, 한중, 미중 협의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양욱 부연구위원도 북한이 이번 발사를 통해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압박했다고 봤다. 양 위원은 “중국은 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있어서 이 시기에 ICBM 발사가 있을 경우에는 정말 행사에 재를 뿌리는 것”이라며 “미국에 대해서는 다가 올 한미연합연습을 핑계로 모라토리움 선언을 폐기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