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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의 귀환,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우아한]

입력 | 2022-01-31 07:18:00


2017년 5월 14일 평북 구성에서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불기둥을 내뿜으며 발사되고 있다. 출처 노동신문

올 것이 왔다. 예상했던 대로 북한이 도발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 1월 30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고도와 비거리를 고려하면 괌을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한 달 동안 벌써 7번째로 미사일 시험에 나서고 있는 북한은 앞으로 더 큰 도발을 예고하고 있다.

김정은은 금년도 신년사를 지난해 말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결정으로 대치하며 대외문제에 관해 말을 아꼈다. 하지만 김정은의 속내는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행동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극초음속미사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등을 비롯하여 사거리 약 4,800km에 이르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국제사회가 레드라인으로 삼고 있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미중 전략경쟁과 한국의 정권교체기를 활용한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그렇다면 왜 북한은 연초부터 미사일 도발에 열을 올리는가? 핵능력 강화에 절호의 시기를 맞고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먼저 미중관계가 악화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미국이 추진했던 북한 미사일 관련 인사의 제재리스트 추가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미뤄지게 되었다. 북한의 새로운 도발이 핵실험이나 ICBM 발사가 아닌 경우에는 제재가 강화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호기를 북한이 놓칠 리 없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 레임덕 현상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평화 프로세스는 종전선언을 마지막으로 그 화려했던 움직임을 마무리 짓고 있다. 말의 성찬이 난무했고, 정상회담과 같은 이벤트가 넘쳐났지만, 결과적으로 성과는 보이지 않고 북한은 핵능력을 강화해 왔다. 북한이 상대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대북정책을 전개해 온 문재인 정부의 자업자득이기도 하지만, 평양의 최고 존엄은 임기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문재인 정부를 대놓고 ‘패싱(passing)’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더니 결국 당사자 역할조차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간 축적해 온 미사일 기술의 확인 필요성도 연이은 도발의 배경일 것이다. 북한의 전술핵은 이제 완성단계에 있고, 그들의 국방무력 강화 5개년 계획에 따른 새로운 무기체계 시험도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주변 환경이 가장 유리한 시점에서 필요한 성능개량을 확인하는 것이다.


향후 고강도 전략도발로 긴장의 수위를 끌어올릴 전망

북한 단거리탄도미사일 KN-23 (조선중앙TV 캡처) ⓒ 뉴스1

향후 북한은 그들이 한 말을 이행하는 행보를 보여줄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비난하며 국방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의 관영매체는 2018년에 취한 선결적이고 주동적인 신뢰구축 조치를 언급하고 있다. 이상을 고려할 때 북한은 미국의 대북제재 강화 움직임이나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을 명분으로 해서,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을 복원하고, 영변에서의 활발한 핵활동을 보여줄 전망이다.

동시에 중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하고 궁극적으로는 인공위성이나 ICBM을 발사함으로써 자신들의 핵 역량을 과시하고 국제사회의 무기력함을 입증하며,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지향할 것이다. 7차 핵실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미 여섯 차례의 실험으로 관련 데이터는 충분히 확보했을 것이기에 그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시기는 유동적이다. 2월에 개최되는 북경 동계올림픽은 북한의 도발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북중관계의 악화는 코로나19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북한 경제에 커다란 재앙을 가지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3월 한국의 대선을 전후해서, 그리고 4월로 미뤄질 것으로 보이는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을 명분으로 해서 ICBM 발사와 같은 고강도 전략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상을 고려할 때 한반도 4월 위기설은 실체가 있으며, 북한은 이를 통해 새롭게 출범하는 한국 정부와 미국 바이든 행정부를 흔들고,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위해 한 걸음 더 나가려 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대북정책을 구상함에 있어 종종 발생하는 실수는 과거의 대북정책을 오늘과 단순 비교하는 데서 비롯된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나 노무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평화 프로세스는 내용이 유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대상이라 할 수 있는 북한의 핵능력에서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한다. 북한에 먼저 양보하고 대화를 제의하면 북한이 이를 수용하고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접근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 전에는 유효했을지 몰라고, 이미 핵 능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에게는 의미 없는 일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 변화에 무지했던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실패로 귀결되었고, 향후 이 교훈은 올바른 정책 수립의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은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자신들이 쥔 것으로 믿고 있고,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아무리 한국이 먼저 대화를 제안하고 경제적 지원을 약속해도 북한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는 자발적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 압박이라는 수단을 결여한 대북정책은 아무런 성과를 거둘 수가 없다. 성공적인 대북정책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특히 중국의 변화를 먼저 견인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이 부담을 느끼기 시작할 것이다. 이러한 기반을 조성하지 못할 경우 북한과의 대화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동시에 북한 비핵화 추진 과정에서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북한이 핵무기를 완성하기 전에는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확전으로 이어진다 해도 한국이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미동맹 차원의 대응으로도 북한의 핵 위협을 완전히 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미 양국의 미사일 방어망이 북한의 다양한 단거리 미사일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긴장이 고조될 경우 북한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전쟁 공포에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과의 대결 과정에서도 대화의 창을 열어두고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다양한 외교적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한미 양국의 의도가 북한 정권의 전복이 아니며, 핵 비확산이라는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감으로써 북한이 함부로 ‘핵 공갈’을 할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동시에 핵전쟁에 대한 공포심이 민간에 확산되지 않도록 한미간 확장억제 협력을 가시적으로 강화하며 국민을 안심시켜 나가야 한다.

끝으로 북한과의 대화는 우리에게 필요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한 후 시작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다면 정상회담조차도 정권의 성과를 홍보하기 위한 도구일 뿐 실질적인 신뢰구축 조치가 아니다. 동시에 북한에 끌려가는 대화가 아닌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대화 재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주변국 및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북한이 대화로 복귀할 수밖에 없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과정이 단기간에 마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가며 장기간의 일관된 비핵화 정책을 진행해야 한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