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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활자중독’ 인증한 文대통령, 지난 5년 읽은 책들 짚어보니

입력 | 2022-01-31 07:35:0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8월5일 휴가지에서 독서를 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2017.8.5/뉴스1 © News1

“문자로 된 것은 꼭 다 읽으셔야 한다. 좋은 의미에서 그런 강박이 있으신 분이다.”

한 청와대 참모진이 문재인 대통령을 떠올리며 한 말이다. 이처럼 문 대통령은 주변 참모들도 ‘활자 중독’으로 일컬을 만큼 읽는 것을 즐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 스스로도 이미 자서전 ‘운명’을 통해 “어떨 땐 (내가) 활자 중독처럼 느껴진다”며 ‘독서광’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모습은 지난 5년 간 국정운영 과정에서도 간간이 확인할 수 있다. 국민들에게 직접 책을 추천하기도 했으며 인사발탁 등 국정운영의 해법을 간간히 책에서 찾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추천하거나 관련된 도서들은 한 때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문프(문재인 프레지던트) 셀러’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여름휴가를 보내면서 읽은 책을 처음 소개하며 독서광의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명견만리’를 읽고 “책도 읽지 않고 무위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소회를 밝혔었다. ‘명견만리’는 당시 KBS를 통해 방영되던 렉처멘터리(강연과 다큐멘터리를 결합한 프로그램) 프로그램 ‘명견만리’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2019년 2월 설 연휴에는 경남 양선에서 시간을 보내며 ‘사랑할까, 먹을까’라는 책을 읽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영화감독 황윤씨가 지은 이 책은 ‘어느 잡식가족의 돼지 관찰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지난 2015년 감독 자신이 어린 아들과 함께 ‘살아있는 돼지’를 찾으러 떠나는 여정인 ‘잡식가족의 딜레마’라는 영화가 이 책의 기초다.

같은 해 12월 초에는 하루 연가를 냈던 문 대통령이 당시 주말을 포함해 3일 간 읽은 책들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인식과 지혜를 넓혀주는 책들”이라며 ‘슬픈 쥐의 윤회’, ‘스무 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통일·청춘을 말하다’ 등 3권을 소개했다. 이어 “쉬우면서도 무척 재미가 있다. 물론 약간의 참을성은 필요하다”며 일독을 권했다.

2020년에도 문 대통령은 ‘독서의 달’인 9월을 맞아 SNS에 추천 도서를 올렸다. 문 대통령이 추천한 책은 Δ코로나 사피엔스 Δ오늘부터의 세계 Δ리더라면 정조처럼 Δ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등 4권이었는데 이후 해당 책들의 판매량이 급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8월2일 여름휴가를 맞아 찾은 계룡대에서 책을 읽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8.8.3/뉴스1

문 대통령의 독서 목록에서 정부 인사 발표의 ‘힌트’를 엿볼 수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실제 정부 인사발표와 문 대통령의 독서목록이 맞물릴 때가 종종 있어왔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8년 1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권구훈 골드만삭스 선임 선임이코노미스트의 경우다.

문 대통령이 권 전 위원장을 알게 된 건 KBS에서 방영된 ‘명견만리’를 통해서였다고 한다. 권 전 위원장은 2015년 8월 ‘왜 경제통일인가?’라는 주제로 강연했고 이후 같은 이름의 책이 출간됐다. 이후 문 대통령이 2017년 여름휴가에서 읽은 ‘명견만리’가 권 전 위원장을 직접 추천하게 된 배경인 셈이다.

자신이 감명깊게 읽은 책의 구절을 주요 메시지로 인용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 주요 기부·나눔 단체 관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환담을 가졌을 때는 “오늘 참석하신 분들은 기부와 나눔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분들로 연못에 돌을 던지면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가듯 선행이 주는 희망의 메시지가 빠르게 전파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달라”고 당부했었다.

이후 문 대통령은 SNS 메시지를 통해 “최근 ‘모든 선행은 연못에 던진 돌과 같아서 사방으로 파문이 퍼진다’는 구절을 읽었다”며 선행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당시 문 대통령이 공통적으로 인용한 구절은 네털란드 대표 저널리스트이자 사상가인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책 ‘휴먼카인드’에 나온 문구로 전해졌다. 책에서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모든 선행은 연못에 던진 돌과 같아 사방으로 파문이 퍼진다”고 강조한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최근에는 탄소중립, 기후변화, 수소경제와 관련된 책을 즐겨 읽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같은 배경지식에 관련된 주제의 행사에서도 구체적이고 세심한 지시를 내릴 수 있었다는 게 참모들의 설명이다.

한편 문 대통령 외에도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독서광’이 여럿 존재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Δ지식자본주의혁명 Δ미래와의 대화 Δ비전 2010 한국경제 등 미래분야 서적을 주로 읽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Δ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Δ코끼리를 춤추게 하라 등을 꼽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Δ넛지 Δ정의란 무엇인가 등의 책을 선택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Δ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을 휴가도서로 공개한 바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6년 여름휴가에 가서 읽을 책을 공개적으로 발표해 ‘독서정치’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당시 윤여준 청와대 대변인은 공부하는 대통령상을 보여주고 일반 국민 역시 휴가 때 독서를 즐기는 건전한 휴가문화를 유도하기 위해 발표한다고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