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복에 한글 환영인사를 적은 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이 31일 베이징 공항에서 한국선수단을 맞이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노메달’이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여자 배구대표팀, 아시아 선수로 65년 만에 남자 자유형 100m 결선에 오른 수영의 황선우(19·강원도청)는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용기를 줬다. 올림픽이 끝나고 귀국한 한국선수단을 보러 인천국제공항은 코로나19 이전 시기라는 착각이 들만큼 많은 인파가 몰렸다.
입국 절차도 상당히 까다로웠다. 비행기가 착륙하고 완전히 멈춘 뒤에도 기내에 오래 대기해야 했다. “중국 공안당국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자리에서 대기해달라”는 안내방송이 몇 차례 나오고 약 30분 뒤에야 비행기 밖을 나설 수 있었다.
한산한 공항,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색 계통에 ‘BEIJING 2022’가 적힌 천으로 세운 벽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의자가 여러 개 놓인 대기공간이 나온다. 의자 위에 허연 먼지 비슷한 게 쌓여있어 사람들이 닦고 앉았는데, 소독액이 말라붙은 자국이다. 이곳에서 약 10분 정도 대기한 뒤 차례로 건강신고 QR코드를 발급받기 위해 마련된 기계 앞으로 안내받았다. 여권으로 신분을 확인한 뒤 입국 전에 미리 작성해둔 정보들이 맞는지 확인한 뒤 QR코드가 새겨진 종이를 발급받았다. 공항 내 각 관문을 거칠 때마다 쓰는 ‘임시 신분증’같은 거다.
다음은 유전자증폭(PCR) 검사. 한국에서 취재할 때마다 음성확인서가 필요한 곳이 많기에 수십 번 코를 찔려 PCR 검사가 익숙해진 취재진도 당황스러울 만큼 면봉이 깊숙이 들어온다. 코를 지나 뒷목까지 닿은 느낌이다. 다음에는 입을 벌리란다. 다시 면봉이 쑥 들어와 목구멍을 사정없이 찌른다. 괴로워서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히자 다시 고쳐 앉으라고 하고 몇 번 더 찌른다.
타액 PCR 검사를 진행한 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약 한 시간을 공항에서 대기해야 했던 도쿄 올림픽 때와 달리 베이징에서는 PCR 검사 이후 바로 입국심사를 진행한다. 앞서 발급받은 QR코드가 코로나 검사 여부 등 이미 많은 정보를 제공해줬기에 절차가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 과정까지 마치고 공항 야외 바닥에 놓인 수화물을 챙기고 각자 숙소로 향할 셔틀버스에 몸을 싣는다. 3개에서 많게는 8개까지의 숙소가 한 동선에 짜여진 순환버스가 올림픽 관계자들을 태우고 숙소로 향한다. 숙소 주변에는 숙소와 베이징 시내를 차단하는 사람 키보다 높은 벽이 둘러쳐져 있다. 입구는 허용된 교통수단들이 올 때라야 문이 열린다.
숙소에서 체크인을 하고 방에서 대기한 뒤 약 2시간 후 프론트에서 공항으로부터 음성 통보를 받았다는 연락이 왔다. 기쁜 마음에 숙소 건물 밖을 나가봤지만 숙소 주변을 맨몸으로 나갈 방법은 없다. 허용된 교통수단을 타고 경기장을 향하는 길목이라야 차창 밖으로 베이징 시민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을 뿐이다.
‘차단된’ 올림픽이라고 중국인들이 외국에서 온 손님들을 꺼리는 분위기는 아니다. 코로나19 문제로 본보 취재진 중 한 명이 출국 10여일 전 갑자기 교체되는 일이 생겼다. 2022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신속히 취재진 교체 업무를 처리해줬다. 중국 입국 시 비자 역할을 대신하는 ‘PVC카드’의 배송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는데,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신속하게 취재비자 발급해주며 문제를 해결해줬다.
한겨울에 열리는 이번 올림픽은 지난해 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이어받을 준비를 조심스러운 분위기 속에 차곡차곡 하고 있다.
글·사진 베이징=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