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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억원 횡령’ 강동구청 공무원, 어떻게 몰래 가능했나

입력 | 2022-02-01 11:18:00


찰이 강동구청 공무원 김모(47)씨의 횡령 사건을 수사 중인 가운데 관리·감독 역할이 주어진 구청 등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김씨가 공금을 몰래 230여차례 빼돌리는 동안 이를 알아차린 기관이나 사람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1일 경찰 등에 따르면 7급 주무관 김씨는 2018년부터 약 2년간 자원순환센터추진과에서 일하면서 고덕·강일 공공주택사업지구 안에 있는 자원순환센터 건립에 관한 업무를 맡았다. 구체적으론 서무(예산과 회계), 공유재산, 기금 등을 담당하면서 공금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그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로부터 지원받는 1349억원 가운데 폐기물처리시설 설치기금 115억원을 범행대상으로 삼았다. 구청이 감사원에 대행감사 결과 보고 등을 제출한 다음 날인 2019년 12월18일부터 공금을 빼돌리기 시작해 지난해 2월5일까지 총 236회에 걸쳐 하루 최대 5억원의 구청 계좌 돈을 개인 계좌로 송금했다.

김씨는 2020년 5월께 38억원을 다시 구청 계좌에 돌려 놓았지만 사업비 계좌에서 77억원이 사라진 상태로 구청의 형사고발 전까지 1년 넘는 시간이 흐른 것이다. 범행 과정에서 3명의 공무원이 후임으로 해당 업무를 맡았지만 올해 초 새로 부임한 4번째 후임자의 제보로 김씨 횡령 사실이 드러났다.

구청이 2020년 10월~11월 종합 감사를 실시해 2018년 1월부터 감사일까지 자원순환추진센터과를 비롯한 구청 업무 전반을 살폈다. 하지만 김씨 범행을 알아차리지 못해 사실상 횡령을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동구청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2020년도 구 행정 종합감사 결과 보고를 보면 중점 감사사항으로 예산 등에 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구청은 업무처리 전자시스템 등 서면 감사나 현장점검을 통해 예산 지급이나 정산 실태를 살피고 예산 편성·집행 적정성 및 낭비적 요소도 감사한다고 공시했다. 형식적으로 감사를 진행해 이상한 자금 흐름은 포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씨가 출금이 가능한 업무용 통장으로 SH 기금을 관리했던 것에 대해 문제를 지적한 이도 없었다. 통상 출금이 불가능한 기금 관리용 계좌를 써야 하지만 김씨는 자신이 관리하는 구청 명의 계좌, ‘제로페이’ 계좌 등을 활용해 납입금을 받을 수 있도록 상급자의 결재도 받았다.

구청 관계자는 “당시 감사 내용뿐 아니라 전반적인 상황을 내부 조사반에서 보고 있어 결과를 확인해야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동구청은 김씨 논란이 불거진 이후 공직비리 특별조사반을 편성해 예산회계 전반을 감사 중이다.

출금이 자유로운 통장을 이용했던 김씨는 2019년 12월께 구청 명의의 위조 공문을 은행에 보내 공금 계좌의 하루 이체 한도를 1억에서 5억원으로 늘렸다고 한다. 결국 경찰은 김씨에게 공문서 위조 등 혐의도 추가로 적용할지 검토 중이다.

경찰은 김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한 이후 수사에 속도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강동구청 일자리경제과와 경기 하남시 소재 자택을 압수수색해 김씨의 업무용 PC, 개인 노트북, 수첩 등을 확보했다.

김씨가 경찰 조사에서 77억을 주식에 투자해 손실을 봤다고 진술한 가운데 경찰은 김씨 진술의 진위 여부 등을 파악 중이다. 강동구청 결재라인, 횡령금 관련 SH 관계자들도 참고인으로 소환해 보다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