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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 위스키부터 무알코올 맥주까지, ‘알쓰’ 가족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술

입력 | 2022-02-01 18:20:00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가 창궐한 이래 벌써 세 번째 맞는 설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술 시장에도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외식 시장에서 가정 시장으로 헤게모니가 옮겨간 것이다. 홈술 시장은 외식 시장과 포인트가 다르다. 외식할 때는 남에게 술을 맞춰야 하지만, 홈술을 할 때는 내 취향대로, 마음대로 술을 즐길 수 있다. 덕분에 와인, 싱글몰트위스키와 버번위스키, 수제 맥주, 비대면으로 주문 가능한 전통주 등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단순히 양이 아닌, 품고 있는 가치와 개성으로 경쟁하는 술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번 설에 가족과 함께 즐길 만한 술 4종을 직접 맛보고 소개한다. 술을 잘 못 마시는 ‘알쓰’ 가족도 즐길 수 있도록 무알코올 제품도 넣었다.

위스키 문턱 낮출 1만 원 이하 초저가 위스키 ‘글렌 스택’

[사진 제공 · 인터와인]

위스키 시장이 반등했다. 10년 동안 처절하게 내려가더니 지난해 드디어 반등한 것이다. 주로 유흥시장에서 90%가량이 소비되던 위스키는 이제 홈술 주역으로 변모해 전보다 맛과 향, 분위기를 음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여기에 영국 글로벌 부동산기업 나이트 프랭크가 “최근 10년간 가장 많이 오른 럭셔리 제품이 바로 희귀 위스키”라고 발표하면서 이 시장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반대 상황도 있었다. 작은 제품(200㎖)은 5000원 이하, 700㎖도 1만 원 내외 가격에 살 수 있는 초저가 위스키가 등장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글렌 스택’인데, 700㎖ 마트 가격이 9900원 정도다. 스카치위스키라는 이름을 붙인 만큼 3년 오크통 숙성은 기본이고, 다양한 원료를 넣은 블렌디드 위스키다. 숙성 기간이 기존 위스키에 비해 짧지만 위스키 본연의 맛을 즐기는 데 큰 무리는 없다. 얼음과 레몬, 탄산수를 넣어 하이볼로도 즐길 수 있다.

이 제품 외에도 1만 원 전후 위스키가 마트에 즐비하다. 가족이 함께 모여 초저가 위스키를 비교 시음하며 취향을 찾는 것도 흥미로울 테다. 지난해에 초고가 위스키가 화두였다면 올해는 위스키 비기너를 위한 초저가 위스키가 화제가 되지 않을까. 알코올 도수가 높은 만큼 속을 보호할 수 있는 전류 또는 국물이 가득한 탕류가 어울린다. 700㎖ 9900원 전후.

부모와 함께 즐기는 리얼 복분자 발효주 ‘복단지’

[사진 제공 · 술아원]

복분자주는 한국 대표 과실주 중 하나다. 1990년대부터 꾸준히 나온 복분자주는 2005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 건배주가 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국내에서 생산하는 복분자주는 당도가 워낙 낮아 알코올 발효를 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발효보다 주로 주정에 복분자즙을 내서 만드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 여기에 색을 내기 위해 인공향과 색소도 많이 넣어야 가격을 맞출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무(無)인공감미료, 무착색 복분자주가 나왔다. 경기 여주시 양조장 술아원에서 만든 ‘복단지’다. 이 술은 경기미와 국내산 복분자를 신주단지 모시듯 함께 발효시켜 만들었다. 과거 문헌에서 과실주를 만들 때는 쌀과 과실을 함께 발효시켰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나오는 넷플릭스 예능프로그램 ‘백스피릿’에도 나온 술이다. 쌀 덕에 단맛과 진득함이 느껴지고 인공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아 맑고 청량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마시고 난 뒤 목에서 느껴지는 천연 복분자 느낌이 좋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복분자주가 궁금하다면 꼭 마시길 권한다. 복분자 신맛을 잘 잡아줄 담백한 잡채요리 등이 어울린다. 350㎖ 2만 원 전후.

와인을 어려워하는 부모와 쉽게 즐길 수 있는 국산 와인 ‘마주앙’

[사진 제공 · 롯데칠성음료]

코로나19 시국에 가장 히트한 술은 와인이다. 그러나 아직도 어려운 외국어 표기 탓에 와인에 선입견을 가진 소비자가 많다. 특히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그렇다. 이럴 때는 1980~1990년대 추억이 물씬한 ‘마주앙’을 골라보자. 마주앙은 마주 앉는다는 순우리말로, 1970년대 독일을 방문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내에서도 벼농사가 어려운 척박한 산지에 포도를 심어 와인을 만들자고 해 시작된 술이다. 수입 와인이 대세인 요즘 추억의 와인이 된 셈이다.

마주앙도 종류가 다양한데 설날 갈비찜과 잘 어울리는 술로는 레드 와인인 ‘마주앙 메도크’가 좋을 듯하다. 프랑스 보르도 메도크 지방에서 가져온 원액을 국내 사정에 맞게 병입한 제품이다. 부드러운 맛을 추구하는 메를로 45%에 단단함을 자랑하는 카베르네 소비뇽 40%를 블렌딩했다. 보르도 와인 특유의 견고함, 육류와 잘 어울리는 타닌, 여기에 무난한 부드러움이 더해졌다. 불고기나 육전과도 잘 어울린다. 720㎖ 2만 원 전후.

술 못 마시는 가족과 함께 마시는 알코올 함유 1% 미만 맥주 ‘칭따오 논알코올릭’

[사진 제공 · 비어케이]

코로나19 사태 전후로 주목받은 또 다른 술이 무알코올 맥주다. 건강을 챙기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주세 없는 저렴한 가격, 술이 아니라서 집 앞까지 온라인 배송이 가능하다는 점이 성장 배경이다. 종류도 다양해졌다. 예전에는 알코올 발효 전 제품을 완성하는 보리주스 같은 형태의 무알코올 맥주가 주였다면, 이제는 맥주로 만든 후 알코올을 제거하는 형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주세법에 따르면 미량이라도 알코올이 있으면 ‘비알코올’, 완벽하게 없으면 ‘무알코올’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무알코올 맥주에는 이 둘이 혼재돼 있다. 알코올 함유 1% 미만 제품으로는 ‘OB 카스제로’ ‘칭따오 논알코올릭’ ‘하이네켄 0.0’ 등이 대표적이다. 맛과 풍미는 기존 맥주와 거의 유사하다. 청량감과 풍부한 거품도 있다. 다만, 알코올이 거의 없는 만큼 칼로리가 낮고, 후미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이 약하다. 주세법 적용을 받지 않아 가격도 저렴하다.

‘칭따오 논알코올릭’의 알코올 도수는 0.05%로 아예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 정도는 여름에 먹는 과일주스나 동치미, 김치에도 들어 있다. 혹자는 술도 아닌 술을 어떻게 즐기느냐고 따질 수 있지만, 신기하게도 이 시장은 존재하고 또 인기도 있다. 마치 우리가 직접 먹지도 않으면서 먹방을 즐기는 것처럼 말이다. 술 아닌 술을 마시며 술 마시는 상상을 하는, 상상력이라는 인간만이 가지는 특징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330㎖ 1500원 전후.

명욱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vegan_life@naver.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24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