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가 창궐한 이래 벌써 세 번째 맞는 설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술 시장에도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외식 시장에서 가정 시장으로 헤게모니가 옮겨간 것이다. 홈술 시장은 외식 시장과 포인트가 다르다. 외식할 때는 남에게 술을 맞춰야 하지만, 홈술을 할 때는 내 취향대로, 마음대로 술을 즐길 수 있다. 덕분에 와인, 싱글몰트위스키와 버번위스키, 수제 맥주, 비대면으로 주문 가능한 전통주 등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단순히 양이 아닌, 품고 있는 가치와 개성으로 경쟁하는 술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번 설에 가족과 함께 즐길 만한 술 4종을 직접 맛보고 소개한다. 술을 잘 못 마시는 ‘알쓰’ 가족도 즐길 수 있도록 무알코올 제품도 넣었다.
위스키 문턱 낮출 1만 원 이하 초저가 위스키 ‘글렌 스택’
[사진 제공 · 인터와인]
이 제품 외에도 1만 원 전후 위스키가 마트에 즐비하다. 가족이 함께 모여 초저가 위스키를 비교 시음하며 취향을 찾는 것도 흥미로울 테다. 지난해에 초고가 위스키가 화두였다면 올해는 위스키 비기너를 위한 초저가 위스키가 화제가 되지 않을까. 알코올 도수가 높은 만큼 속을 보호할 수 있는 전류 또는 국물이 가득한 탕류가 어울린다. 700㎖ 9900원 전후.
부모와 함께 즐기는 리얼 복분자 발효주 ‘복단지’
[사진 제공 · 술아원]
이런 상황에서 무(無)인공감미료, 무착색 복분자주가 나왔다. 경기 여주시 양조장 술아원에서 만든 ‘복단지’다. 이 술은 경기미와 국내산 복분자를 신주단지 모시듯 함께 발효시켜 만들었다. 과거 문헌에서 과실주를 만들 때는 쌀과 과실을 함께 발효시켰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나오는 넷플릭스 예능프로그램 ‘백스피릿’에도 나온 술이다. 쌀 덕에 단맛과 진득함이 느껴지고 인공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아 맑고 청량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마시고 난 뒤 목에서 느껴지는 천연 복분자 느낌이 좋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복분자주가 궁금하다면 꼭 마시길 권한다. 복분자 신맛을 잘 잡아줄 담백한 잡채요리 등이 어울린다. 350㎖ 2만 원 전후.
[사진 제공 · 롯데칠성음료]
마주앙도 종류가 다양한데 설날 갈비찜과 잘 어울리는 술로는 레드 와인인 ‘마주앙 메도크’가 좋을 듯하다. 프랑스 보르도 메도크 지방에서 가져온 원액을 국내 사정에 맞게 병입한 제품이다. 부드러운 맛을 추구하는 메를로 45%에 단단함을 자랑하는 카베르네 소비뇽 40%를 블렌딩했다. 보르도 와인 특유의 견고함, 육류와 잘 어울리는 타닌, 여기에 무난한 부드러움이 더해졌다. 불고기나 육전과도 잘 어울린다. 720㎖ 2만 원 전후.
술 못 마시는 가족과 함께 마시는 알코올 함유 1% 미만 맥주 ‘칭따오 논알코올릭’
[사진 제공 · 비어케이]
‘칭따오 논알코올릭’의 알코올 도수는 0.05%로 아예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 정도는 여름에 먹는 과일주스나 동치미, 김치에도 들어 있다. 혹자는 술도 아닌 술을 어떻게 즐기느냐고 따질 수 있지만, 신기하게도 이 시장은 존재하고 또 인기도 있다. 마치 우리가 직접 먹지도 않으면서 먹방을 즐기는 것처럼 말이다. 술 아닌 술을 마시며 술 마시는 상상을 하는, 상상력이라는 인간만이 가지는 특징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330㎖ 1500원 전후.
명욱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vegan_life@naver.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24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