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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G시대 패권은 ‘하늘기술’에…위성 적은 韓, 돌파구는?

입력 | 2022-02-02 07:25:00


6G 시대에는 저궤도 통신위성을 이용해 지상 기지국처럼 공간의 제약을 받는 것이 아니라 외국을 비롯해 바다·하늘·사막 등 그간 이동통신이 제한됐던 곳에서까지 자유롭게 네트워크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간 한국은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패권’을 잡고 있었던 것으로 여겨져왔다. IT강국으로의 시발점이 된 TDX(전화 교환기) 자립을 시작으로 1996년 2G CDMA시스템에 이어, 최근에는 2019년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잇달아 성공했다.

이렇듯 한국이 통신기술 분야를 세계적으로 선도해왔지만 향후 찾아올 초고속·저지연의 6G 시대에서는 지금까지의 ‘지상기술패권’뿐 아니라 이른바 ‘하늘기술패권’에 도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늘기술은 위성으로 대표되는 항공우주기술로, 한국이 경쟁국에 비해 취약한 분야인 만큼 ‘기술 패권’을 이어갈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세계 가동 위성 중 한국 위성은 0.39%…민간 통신 위성 3대뿐


최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해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운용되고 있는 인공위성 가운데 한국은 0.39% 수준에 그친다. 비영리 국제단체 ‘참여 과학자연대(UCS)’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가동 중인 전 세계 위성 4550대 가운데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위성은 18대로 집계됐다.

5G 연구에서도 강력한 경쟁국이었던 미국(단독 운용 2769대), 중국(462대), 일본(84대) 등과 비교하면 크게 열위인 셈이다. 이들 3개국 외에도 영국(345대), 러시아(165대) 등의 보유량도 한국의 10배 이상 수준이다.

위성들의 운영 목적을 살펴보면 6G 시대 기술 패권 경쟁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진다. 한국이 보유 중인 18대의 위성 가운데 ‘통신(Communications)’ 목적으로 운용 중인 것은 5대이고 이 가운데 1대는 군용, 1대는 군용·민간 혼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결국 순수하게 민간 통신 목적으로 활용되는 위성은 3대에 불과하다.

항공우주분야 최강국인 미국의 경우 스페이스X로 대표되는 민간기업들이 위성을 비롯한 우주 분야 개척에 앞장서고 있는 상황이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1만2000대의 위성 발사를 승인받아 이미 2000여대의 위성을 띄웠고, 아마존 또한 ‘카이퍼 프로젝트’로 위성 3236대 발사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영국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기업 원웹도 FCC에 6372대에 대한 승인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과기부, 2031년까지 14대 통신위성 시범망 구축 목표

한국은 민간이 아닌 정부 주도로 위성통신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규모’로는 비교가 안되는 수준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6월 초소형 통신위성 14대로 이뤄진 6G 위성통신용 저궤도 통신위성 시범망을 2031년까지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2025년까지 1대, 2027년까지 3대, 2029년까지 3대, 2031년까지 7대씩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더해 초소형위성 기업을 대상으로 위성개발 전 주기를 지원하는 ‘스페이스 이노베이션’ 사업, 우주산업 전문인력 양성 등도 추진된다.
해외 경쟁 기업들이 이미 수백~수천기의 민간 위성을 쏘아올리는 상황에서 향후 10년에 걸쳐 공공분야 위성 십여대를 쏘아올리고 민간 항공우주분야 개발 지원에 나서는 셈이다.

이렇듯 ‘양적’으로는 하늘 패권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한국이 6G 기술과 관련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양적 경쟁은 어렵지만…“신기술·통합 단말기로 경쟁력 갖춰야”

방승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통신미디어연구소장은 “지상 이동통신 기술만 봐도 세대가 넘어갈 수록 기술이 통합되는 추세를 보였다”며 “6G 시대에서 가장 중점이 될 위성 통신 기술도 시간이 지나면 하나로 모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지금은 위성 분야에서 다소 뒤쳐져 있지만 테스트베드도 빨리 만들고 국제 협력도 빨리 해서 통합 기술 쪽 개발을 미리 해놓으면 나중에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통신 위성의 수를 쫓아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새로운 기술 등으로 위성의 ‘질’을 높이는 쪽을 선도해서 패권 경쟁에 도전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방 소장은 위성 시스템 뿐만 아니라 위성과 연동되는 ‘단말기’ 사업에서 앞서나갈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하늘 기술 패권을 잡더라도 결국 지상에서 직접 쓰게 되는 단말기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국이 위성 등 하늘 기술에서는 뒤처져있지만 그간 지상 기술을 선도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단말기 신기술이 향후 기술 패권 경쟁에서 휘두를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통신업계 등은 향후 위성통신 산업에서 단말기 시장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2017년 15억6570만대(출하량 기준)를 정점으로 한 이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 있지만,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6G 시대에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구축하게 되면 7억대 규모의 단말기 시장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방 소장은 “향후 위성과 지상 서비스가 다 되는 단말기가 나올 수 있는데 상용화가 되면 전 세계적으로 단말기 수요가 상당할 것”이라며 “그러니 한국은 오히려 단말기 쪽에 초점을 두고 개발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 단말기 경쟁력 차원에서도 위성을 거기에 통합시켜줘야 할텐데, 지상·위성 통합 단말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그 시장 규모도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기에 우리 제조사들이 앞장서서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