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가타현 니가타시 선박 터미널에 사도 광산을 홍보하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위쪽 사진).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 금은산’의 에도시대 갱도 내부를 재현한 전시물. 정과 망치로 금을 캐는 노동자를 밀랍 인형으로 만들어 놨다. 니가타·사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반발에도 1일 니가타현 사도시 사도(佐渡) 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한 추천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최종 결과는 유네스코 자문기구의 현장 조사 등을 거쳐 내년 6, 7월경 나온다.
NHK방송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추천서 제출을 승인한 뒤 오후에 유네스코에 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 21개국 중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통과를 노린다”고 보도했다. 세계문화유산 등록은 통상 위원국 전원 일치로 결정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로비로 전원 일치 가결은 힘들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 위원국은 아니다.
일본 외무성 문부과학성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는 1일 첫 회의를 열고 사도 광산 등재를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할 것을 확인했다. 범정부 TF는 다키자키 시게키(瀧崎成樹) 관방부 부장관보가 이끈다. 외무성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외교 공무원인 다키자키 부장관보는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지낼 때 일제강점기 징용 문제 등 갈등 현안에 관한 한국 외교부와의 국장급 협의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앞서 한국 정부도 관계 부처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 TF를 출범시켰다. 한일 역사 논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앞서 지난달 30일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추천을 할 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우려한 쪽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한일관계 개선을 기대하는데 사도 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면 한일관계가 더 악화할 것이어서 미국을 신경 썼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외무성은 지난달 28일 오후 기시다 총리가 사도 광산 추천을 공식 발표하기에 앞서 주일본 미국 대사관의 레이먼드 그린 수석 공사에게 사전 설명했다.
사도 광산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최소 1141명이 강제 동원돼 노역한 곳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신청 범위를 에도 시대(1603~1867년)로 한정했기에 강제노역과는 상관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