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할 당시 도청 공무원이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의 사적인 용무에 동원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씨는 “저의 불찰”이라면서도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A 씨 “코로나19 문진표 대신 써주고, 아들 퇴원수속도”
2일 경기도청 7급 공무원 출신 A 씨는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도청 비서실에서 일하면서 당시 도청 총무과 소속 5급 사무관 배모 씨 지시를 받아 이 후보 가족의 사적 활동 의전 업무를 맡았다고 주장했다. 배 씨는 이 후보가 변호사로 일할 당시 인연을 맺고 성남시청에 이어 경기도청에서 최근까지 근무한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A 씨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김 씨가 경기 성남시 자택 인근 종합병원에 방문하기 전 배 씨는 A 씨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문진표를 작성하면 출입증을 줄 것”이라며 문진표를 대신 작성해 김 씨 출입허가증을 받도록 했다.
A 씨는 지난해 6월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또 다른 종합병원에서 자신이 이 후보 장남의 퇴원수속을 대신하고 복약지도서 등을 챙겼다고도 주장했다. A 씨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장남의 병원 서류에 적힌 보호자 김 씨 이름 옆에는 배 씨의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있었다.
●대리 처방 의혹…배 씨 “내가 복용하려 약 구한 것”
김 씨가 자신의 약을 도청 공무원 이름으로 ‘대리 처방’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이날 A 씨가 공개한 지난해 3월 텔레그램 대화에 따르면 배 씨가 “사모님 약 알아봐주세요”라고 하자 A 씨는 “도청 의무실에서 다른 비서 이름으로 처방전을 받았다”며 약 사진을 배 씨에게 보냈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에게 직접 진찰을 받은 환자가 아니면 처방전을 수령하지 못한다. 어길 시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A 씨에 따르면 A 씨는 김 씨가 자주 찾는다는 식당에서 음식을 받아 자택에 가져다주는 과정을 배 씨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A 씨가 공개한 자료 중에는 배 씨가 A 씨가 김 씨가 탄 차량 앞을 지나갔다는 이유로 “충성심이 없다”고 질책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 후보 부인 김 씨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공과 사를 명료하게 가려야 했는데 배 씨와 친분이 있어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상시 조력을 받은 건 아니다”라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A 씨에 대해서도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린다”고 했다.
하지만 대리처방에 대한 배 씨의 해명에 A 씨 측은 “김 씨 집 앞에 직접 약을 걸어놓고 왔는데 배 씨가 몰래 가서 훔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라며 반박했다. 국민의힘도 “과잉 충성이 아니고 명백한 불법”이라며 공세를 쏟아냈다. 민주당은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당 차원에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남건우 기자 woo@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