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화를 앓는 남편에게 간 이식을 해주기 위한 공여자 검사에서 간암을 조기 발견하고 치료한 A 씨(오른쪽)의 모습. 부산온종합병원 제공
60대 여성이 간경화를 앓는 남편에게 간을 이식해 주려고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간암이 발견돼 조기 수술로 새 삶을 얻게 됐다.
2일 부산온종합병원에 따르면 A 씨(60)는 지난달 11일 간경화와 단발성 간암을 앓는 남편에게 자신의 간을 이식해 주기로 한 뒤 벌인 공여자 검사 과정에서 간암에 걸린 사실을 알았다. 간과 췌장에서 각각 5cm, 2.5cm의 종양이 발견됐다.
병원의 조직검사 결과 A 씨 췌장의 신경내분비 악성 종양이 간에 전이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애플사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앓았던 병으로 알려졌다.
남편이 빨리 회복돼 가족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장기 기증 의사를 밝혔고, 수술 전 공여자 검사에서 뜻밖의 종양이 발견된 것이다.
온종합병원 통합소화기센터는 지난달 19일 부분 절제술로 A 씨의 간과 췌장의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남편 B 씨는 일단 간이식 수술을 보류하고 당분간 방사선 치료에 집중하기로 했다.
A 씨는 “간 이식을 위해 검사를 받다가 일찍 큰 병을 발견한 뒤 무사히 치료까지 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면서도 “남편에게 당장 간을 줄 수 없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지방간 등으로 간 이식 부적합 판정을 받았던 40대 아들은 B 씨에게 간을 기증하기 위해 체중 관리에 나섰다.
남편 B 씨는 “병든 남편을 위해 스스럼없이 간 기증을 결정해준 아내에게 고마울 따름”이라며 “아내가 큰 병을 미리 발견해 치료받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