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고정거래값 예상보다 소폭 하락 업계 “이르면 상반기 내 반등 가능” 비관론 모건스탠리, 시장 전망 바꿔 서버용 메모리 교체주기도 돌아와
올해 부진을 이어갈 것이라던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D램의 시장 가격 하락세가 다소 완화되면서 업계에선 이르면 상반기(1∼6월) 내 반등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치는 분위기다.
2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PC용 D램 범용 제품인 DDR4 8GB(기가바이트)의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3.41달러로 기존 대비 8.09% 하락했다. 통상 3개월마다 변동되는 D램 거래가격의 올해 첫 거래 기준선이 공개된 것이다. 직전 하락세(지난해 10월, ―9.51%) 대비 낙폭을 줄였다. 지난해 10월보다 더 악화돼 두 자릿수 하락까지 내다본 전망이 우세했지만 이를 뒤집은 것이다.
D램 고정거래가 발표 후 업계에서는 반도체 업황 조정 국면의 조기 종식 기대가 나오고 있다. 올해 안에, 빠르면 상반기 중에도 반등할 수 있다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가파르게 올랐던 비대면 수요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정체되기 시작했다. 또 시스템반도체의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자동차, 디지털기기 등의 판매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과적으로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떨어뜨렸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은 끝났다”는 분석이 나왔던 배경이다. 최소 올해 말까지는 반도체 시장이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다음 날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도 “올해 D램 시장 수요 성장률은 10%대 후반으로 예상한다”며 “SK하이닉스의 D램 출하량도 시장 수준이 될 것”이라고 기대치를 높여 잡았다. 공급망 이슈에 대해서는 “하반기로 갈수록 점진적으로 해소돼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글로벌 투자업계도 반도체 시장 회복세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메모리반도체에 겨울이 오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던 모건스탠리는 연말에 ‘반도체 겨울이 온난화를 만났다’며 시장 전망을 바꿨다. 골드만삭스도 지난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의 영업이익 예상치를 상향 조정하며 분위기에 동참했다.
이런 시장의 온도 변화에는 2017, 2018년 슈퍼 사이클 당시 대거 투자됐던 서버용 메모리의 교체 수요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5세대(5G) 통신과 고성능 클라우드 시장 본격화 등으로 올해 신규 서버용 D램 수요는 20%대 후반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PC와 스마트폰용 메모리 시장은 지난해 대비 현상유지 수준에 머무르는 동안 서버용 수요가 늘어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견인한다는 시나리오다.
기존에는 하드디스크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데이터센터 저장장치도 낸드플래시 기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교체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낸드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7월 말 평균 4.81달러로 3년 내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떨어지지 않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통상 3∼5년 정도로 보는 서버용 메모리의 대량 교체 주기가 돌아왔다”며 “메모리 하락 사이클이 생각보다 단축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고성능 제품 공급 확대로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