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차는 질환’과 관리 방법 복수, 간경화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 전신쇠약-만성피로 등 증상 일으켜 금주-적절한 운동으로 진행 막아야… 심부전으로도 복수 유발될 수 있어 다리 붓거나 숨 차고 두근거림 발생… 염분 섭취 줄이고 매일 체중 점검을
의료진이 복수의 원인 중 하나인 간경화 유무를 파악하기 위해 환자에게 간 초음파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갑자기 배가 급격히 나올 경우 질환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 좋다. 대전성모병원 제공
최근 몇 개월 만에 급격히 체중이 불어난 직장인 이모 씨. 다른 무엇보다 수박처럼 윗배부터 튀어나온 뱃살이 최대 고민거리다. 그런데 이번 설 명절 동안 집안 식구들이 오랜만에 만난 이 씨의 뱃살을 보더니 ‘복수가 찬 것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단순히 보기에 좋지 않으니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이 씨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씨처럼 갑자기 배가 불룩 나오는 경우에는 질환으로 인해 배가 나온 것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송명준 교수, 심장내과 조정선 교수의 도움말로 복수가 차는 대표 질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 복수의 주요 원인 ‘간경변증’
복수는 혈액 속의 액체가 혈관에서 복강 내로 찬 것을 말한다. 복수는 누워서 배의 오른쪽 또는 왼쪽을 손가락으로 툭 쳤을 때, 물결처럼 반대쪽으로 흘러가는 모습을 보고 알 수 있다. 물론 복수의 양이 적을 경우에는 알아채기 쉽지 않다. 복수의 원인은 대부분 간경화다. 간경화는 만성 B형 및 C형 바이러스 간염, 다량의 음주 또는 지방간에 의한 간염이 장기간 지속돼 점차 간 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뜻한다.
치료를 위해선 이 같은 간경변증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만성 B형 및 C형 간염은 적극적인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통해 간경변증을 호전시킬 수 있다. 금주와 적절한 운동을 통한 체중 조절은 간경변증의 진행을 막아 심각한 상태가 되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다.
○ 심장 안 좋아도 복수 찰 수 있어
간이 아니라 심장 문제로도 복수가 찰 수 있다. 우측 심장의 기능 저하나 우측 심장에서 나가는 폐동맥에 고혈압으로 생긴 심부전이 주요 원인이다.
심부전이 생기면 여러 장기의 기능이 저하된다. 이에 따라 울혈 증상이 발생해 주로 다리가 붓고 심하면 복수가 차기도 한다. 또 폐가 부어서 숨이 차고, 혈압 저하로 어지럽고 맥박이 빨라지면서 두근거림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기침이 밤에 심해지거나,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베개를 여러 개 괴어서 잘 때 덜하다면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심부전은 만성 질환이고 점차 나빠지는 질환이다. 약 복용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저염 위주의 식단, 유산소 중심의 적당한 운동, 매일 몸무게 확인 등이 필요하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서 소변을 보고 난 뒤에 매일 몸무게를 재야 한다. 갑자기 몸무게가 1∼2kg 늘어나면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해 숨이 찰 수 있다. 몸무게를 잴 때는 무게가 일정한 옷으로 입고 동일한 체중계를 사용하는 게 좋다.
○ 암, 췌장염, 결핵 등도 복수 원인
간 질환 이외에도 복막에 전이된 암, 신부전, 췌장염, 복부 내막에 영향을 미치는 결핵, 외상 등의 이유로도 복수가 생길 수 있다.
복수의 원인을 알 수 없을 경우 병원에서 직접 주사기로 복수를 뽑아서 검사하는 ‘복수천자’를 시행하기도 한다. 복수 내 단백질 및 알부민과 혈청 알부민 차이를 확인해 어떤 이유로 복수가 찼는지 구분한다. 또 복수 내 백혈구 수치로 복막염 유무를 확인하기도 한다.
때로는 복수가 아닌 단순 복부 팽만인 경우도 있다. 과식하지 않았는데도 배에 가스가 가득 차서 풍선이 들어 있는 것처럼 팽창된 느낌을 말한다. 주로 아침에는 괜찮다가 오후로 갈수록 점점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며 여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복부 팽만을 예방하려면 식습관이 중요하다. 사과, 수박, 액상과당, 우유, 치즈, 아이스크림, 생마늘, 생양파, 양배추, 올리고당, 콩 등을 피하는 게 좋다. 만성 질환자나 고령 환자는 복부 팽만의 원인이 심각한 기저질환일 위험이 있기 때문에 진단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