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성장세 예상 뛰어넘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이 시장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연이어 발표하며 주목받고 있다. 당초 시장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혜가 끝나며 빅테크의 성장세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의 수요가 이어지고 사업이 안착하면서 예상보다 많은 수익을 거둔 것이다. 이러한 고성장세에도 월가와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에선 글로벌 규제 강화 흐름이 올해 빅테크들의 실적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1일(현지 시간)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이 753억 달러(약 91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32.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의 예상치(723억 달러)를 웃돈 것이다. 순이익은 206억 달러로 2020년 4분기보다 35.5% 늘었다. 사업 부문 중에선 인터넷 광고 매출 부문의 성장세가 가장 컸다. 인터넷 광고 매출은 지난해 4분기 61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2.6%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도 2576억 달러로 2020년 대비 41.1%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알파벳의 지난해 매출은 세계 최대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와 카드사인 비자(VISA)의 실적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연간 순이익은 760억 달러로 전년(403억 달러) 대비 2배 가까이로 늘었다. 로이터통신은 주식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알파벳의 실적 상승은 전염병 대유행(팬데믹)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디지털 광고의 의존도가 빠르게 커진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2% 늘어난 1239억 달러(약 150조 원), 순이익은 20.1% 증가한 346억 달러로 집계됐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는데도 시장의 기대치를 넘어서는 성과를 낸 것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올 1분기(1∼3월)에는 공급망 문제도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월가에선 주요국의 규제 강화 기조와 글로벌 경쟁 기업의 사업 확대 흐름이 올해 빅테크들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상원 법사위원회는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빅테크들의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이 연내 미 의회에서 최종적으로 통과되면 아마존은 자체브랜드(PB) 상품을 플랫폼에 먼저 노출할 수 없다.
구글, 애플 등이 운영하는 애플리케이션(앱) 장터의 ‘인앱결제’(앱 안에서의 결제) 시스템도 중점 규제 대상이다. 구글과 애플은 인앱결제 정책으로 최대 30%의 수수료를 받아왔다. 한국 정부는 이른바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도입했고 이에 따라 구글과 애플은 더 적은 수수료를 받아야 하는 제3자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기로 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도 비슷한 규제를 논의하고 있다.
틱톡 등 글로벌 플랫폼 업체의 성장도 빅테크들에는 위협 요인이다. WSJ는 “짧은 동영상 서비스인 틱톡이 성장해 유튜브의 영향력이 줄어들면 구글의 수익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