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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김만배 “내 카드면 윤석열 죽어”… ‘정영학 녹취록’ 또 뭐가 있나

입력 | 2022-02-03 00:00:00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김만배 씨가 대장동 개발 동업자 정영학 회계사에게 “윤석열이는 형이 가지고 있는 카드면 죽어”라고 말한 녹취록이 최근 유튜브 채널에 공개되자 여야가 거센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여당은 “범죄자 손아귀에 잡혀 있는 윤석열 후보”라고 했고, 야당은 “김 씨의 허풍”이라고 맞섰다.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 중 김 씨가 “성남은 우리 땅”이라고 호언하는 내용과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아들을 통해 돈을 달라고 했다는 내용 등은 일부 매체를 통해 이미 공개됐다. 김 씨의 대장동 사업을 비호한 ‘그분’과 ‘50억 클럽’의 실체 외에 검찰이 규명해야 할 내용이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씨는 “그런데 형은 그 계통에 안 나서려고 그래”라고 말했다. ‘카드’가 있지만, 공개를 안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런 발언을 그냥 간과할 수 없는 이유는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서 윤 후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것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근무하던 2010∼2011년 정 회계사 등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과정을 부실 수사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당시 주임 검사였던 윤 후보, 김 씨와 모두 가까운 박영수 전 중수부장이 저축은행 대출 브로커의 변호인이었다. 중수부장 출신이 맡은 사건을 중수부가 봐주기 수사했다는 의혹을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만 보기는 어렵다. 윤 후보 아버지의 단독주택을 김 씨의 누나가 2019년 19억 원에 매입한 사실도 밝혀졌다. 윤 후보 측은 “김 씨 누나의 신상을 몰랐다”고 반박했지만 김 씨의 가족이 윤 후보 가족의 단독주택을 매입한 것 자체가 석연치 않다.

지난해 9월 검찰은 정 회계사로부터 500쪽 분량의 녹취록을 제출받은 뒤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4개월이 넘도록 녹취록에 등장하는 ‘그분’이나 ‘50억 클럽’의 실체를 속 시원하게 밝히지 못했다. 검찰은 지금이라도 녹취록에 뭐가 더 있는지 공개하고, 관련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훗날 수사 과정 전체가 혹독한 검증 대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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