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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월 무역적자 사상 최대, 한국 덮친 글로벌 인플레 먹구름

입력 | 2022-02-03 00:00:00

2020년 5월 11일 관세청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달 초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액이 지난해의 80% 넘게 감소했다고 밝힌 가운데, 이날 오후 경기 평택항 기아자동차 전용 부두에 해외 주문 취소 등으로 선적되지 못 한 차들이 줄지어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난달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48억9000만 달러로 1966년 무역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규모였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밝혔다. 1월 수출 증가폭이 15.2%에 그친 반면 수입 증가폭이 35.5%에 이르면서 전체 적자폭이 커졌다. 지난해 12월 5억9000만 달러 무역적자에 이어 마이너스 추세가 이어진 것으로 한국이 2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낸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반도체 등 주력품목 수출이 양호한데도 무역적자가 쌓이는 것은 개별국가나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에너지와 원자재 수급 동향이 전반적인 교역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동절기 수요가 늘어난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서 원유 가격이 급등한 것이 적자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국의 무역적자 행진이 언제 끝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 한국으로선 고유가라는 하나의 리스크도 감당하기 벅찰 정도다. 문제는 올 우리 경제를 덮친 리스크가 이것 말고도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의 통화 긴축 기조로 신흥국 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는 데다 오미크론 확산, 미중 갈등,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 등 파급력이 큰 다른 위험요인도 많다. 이런 복합 리스크가 공급망을 더욱 교란시켜 물가를 자극하고 그 여파로 각국의 긴축정책이 빠르게 추진되면서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악순환 고리에서 한국 등 신흥국은 기축 통화국에 비해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최근 수입 증가율이 수출 증가율을 웃도는 현상이 반년 이상 이어지는 것은 공급망 리스크가 상시적 위험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산업부는 지금의 무역수지 적자를 “일시적 현상”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구조적 위험요인을 간과한 것은 아닌가.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먹구름 속에 한국 경제는 물가가 계속 오르는 가운데 성장이 둔화하는 ‘슬로플레이션’을 거쳐 고물가 속 경기가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무역적자가 울리는 경고음을 흘려듣지 말고 선제적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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