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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의 수’ 없이 느긋… 한국, 월드컵 10회 연속 본선진출

입력 | 2022-02-03 03:00:00

시리아전 김진수-권창훈 연속골… 남은 경기 상관없이 본선행 확정
벤투 감독, K리거 적극 발굴나서… 전술 비난 딛고 빌드업 축구 완성
든든한 2선으로 해외파 의존 줄여



한국 축구대표팀이 2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에서 시리아를 꺾고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아시아 최초로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달성한 대표팀 선수단이 시리아전을 끝내고 경기장을 찾은 교민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이 아시아 최초로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일 카타르 도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끝난 시리아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8차전에서 김진수(전북)와 권창훈(김천)의 연속 골 덕택에 2-0으로 이겼다. 한국은 6승 2무(승점 20)로 이란(7승 1무·승점 22)에 이어 조 2위를 지키며 남은 두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한국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세계에서 6번째로 10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했다. 브라질(22회), 독일(18회), 이탈리아(14회), 아르헨티나(13회), 스페인(12회)만이 경험한 영광이다. 아시아 국가로는 한국이 처음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벨기에,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팀인 3위 프랑스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한국으로선 통산 11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월드컵 본선 진출 과정에서 해외파와 국내파의 역대급 조화가 돋보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지난 대회까지만 해도 한국 축구는 해외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시리아전에서도 핵심인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 정우영(알 사드) 등이 없이도 경기를 지배했다.

최종예선 1, 2차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전술을 너무 고집하고 선수 선발이 유연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던 벤투 감독은 지난해 10월 최종예선 4차전 이란전(1-1 무)을 기점으로 변했다. 자신의 체제에서 오래 호흡을 맞춘 선수들의 조직력이 살아나면서 ‘인재 풀’ 확장에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기존 선수들과는 다른 스타일로 ‘빌드업(후방에서 미드필더를 거쳐 공을 배급하는) 축구’의 완성도를 높일 새 얼굴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송민규(전북)에 이어 벤투 감독이 K리그 경기를 돌아다니며 점찍은 김진규(부산), 백승호(전북), 김건희(수원), 강상우(포항) 등이 1월 터키 전지훈련을 통해 인상적인 적응력을 보였다. 전 포지션에 걸쳐 해외파-국내파의 경계 없이 가용 가능한 팀을 구축하게 된 것이다.

군복무 중으로 머리를 짧게 깎은 조규성과 권창훈(이상 김천)은 전방 공격의 위력을 더할 국내파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권창훈이 조규성을 타깃맨으로 삼고 시도하는 원투 침투 패스는 본선에서 통할 만한 날카로운 공격 옵션으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더 강하고 실수 없는 빌드업 축구를 만들어야 2010년 남아공 대회 이후 12년 만에 원정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아시아 팀을 상대로는 수비에서부터 짧은 패스로 상대를 공략하는 점유율 축구가 가능했지만 본선은 다르다. 선수 개인의 능력과 조직력, 압박의 강도 차원이 다르다. 대응도 달라야 한다. 월드컵 예선부터 본선까지 이끄는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이 된 벤투 감독이 풀어야 할 숙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