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의 본선진출史 1986년 멕시코대회 예선 日 격돌… 두차례 꺾으며 본선행 시작 알려 1993년엔 이라크가 日에 동점골… 탈락한 줄 알았던 한국 기사회생 손흥민, 2014년 구세주로 떠올라
1986 멕시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일본과의 2차전에서 허정무가 후반 본선행을 결정짓는 결승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왼쪽 사진). 2009년 6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란전에서 후반 36분 극적인 동점골을 기록하고 동료들의 축하 세례를 받고 있는 박지성(가운데 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카타르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 극적인 결승골을 넣고 김신욱에게 안겨 환호하는 손흥민. 동아일보DB
‘아시아 호랑이’가 발톱을 또 지켜냈다.
한국 축구가 2일 끝난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시리아전에서 아시아 최초로 10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조기 확정’했다. 최종예선 조 편성 당시만 해도 A조에서 중동 5개 팀에 둘러싸여 월드컵 본선 진출 역사상 가장 험난한 행보가 예상됐다. 하지만 ‘경우의 수’ 계산이 필요 없는 역대급 본선행의 역사를 만들어냈다.
월드컵 본선 도전사를 돌아보면 가시밭길,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터진 드라마틱한 골 마무리가 있었다. 1954년 이후 32년 만의 본선행을 노린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만난 ‘숙적’ 일본전이 시작이다. 1차전 이태호와 정용환의 골로 2-1로 승리하고 맞은 2차전에서 후반 박창선-최순호-허정무의 슈팅으로 이어진 잠실벌 한 방이 국민들의 ‘한’을 풀어줬다. 1993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미국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는 이라크의 움란 자파르가 ‘도하의 기적’을 썼다. 자파르가 일본전에서 종료 직전 2-2를 만드는 동점골을 터뜨린 덕에 한국은 골득실에서 일본에 앞서 극적으로 미국 월드컵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북한을 3-0으로 이기고도 쓸쓸히 그라운드를 걸어 나오다 이 소식을 접한 고정운(현 김포 FC 감독)은 두 팔을 휘저으며 뛰었고 한국 벤치는 김호 감독과 선수들이 엉켜 눈물바다가 됐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으로 가는 길에는 ‘월드클래스’가 되기 전 손흥민(토트넘)이 있었다. 이 당시 3차 예선 때는 레바논과의 베이루트 방문경기에서 패배해 탈락 위기에 몰리고 조광래 감독도 경질됐다. 이런 분위기에서 당시 21세의 손흥민은 본선 진출의 신호등을 빨간불에서 파란불로 바꿨다. 최종예선 5차전 카타르와의 안방경기에서 후반 5분간의 추가시간도 다 소요된 1-1 동점 상황에서 극적으로 크로스바를 맞고 나온 공을 밀어 넣고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 골이 없었다면 한국은 2승 2무 1패가 돼 본선행을 장담할 수 없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